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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의 과학산책] 사오정이 필요한 세상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70개가 넘는 인공지능 모델에 동일한 열린 질문을 던졌을 때, 상당수가 놀라울 만큼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업, 서로 다른 구조의 모델임에도 답변의 아이디어와 구조, 비유는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선화의 과학산책] 사오정이 필요한 세상

한선화 UST 명예교수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70개가 넘는 인공지능 모델에 동일한 열린 질문을 던졌을 때, 상당수가 놀라울 만큼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업, 서로 다른 구조의 모델임에도 답변의 아이디어와 구조, 비유는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결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다름이 사라진 세계에서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찾아낸다. 다시 말해, 과거의 평균과 확률이 현재의 답을 만든다. 그래서 AI의 답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혀 있지만, 동시에 예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장점이자 한계다. 역사에서 중요한 발견들은 종종 평균에서 벗어난 생각, 즉 ‘왜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속담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튀는 존재는 다듬어지고, 결국 둥글어지라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오히려 그 반대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비슷한 답을 내놓는 상황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생각,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이야말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 손오공 이야기 속 사오정처럼 동문서답을 하는 존재가 때로는 흐름을 깨고 새로운 길을 연다.

AI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더 빠르게 ‘최적의 답’을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최적의 답은 언제나 최선의 답과 같지 않다. 특히 과학과 혁신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익숙한 질문을 낯설게 바꾸고, 당연한 답을 의심하는 힘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는 영역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모난 돌을 깎아내기보다 지켜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답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질문은 더 소중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대개, 조금은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한선화 U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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