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은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전략 발표회 ‘HANCOM: THE SHIFT’를 개최하고,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진은 김연수 한컴 대표. 사진/중소기업신문
“오늘 한컴은 36년간 자랑스럽게 지켜온 사명과 성공 문법을 우리 손으로 직접 파괴했습니다. 이제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향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계(OS)’ 기업으로서 새 36년을 열겠습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THE SHIFT’에서 사명 변경과 상품 정책의 전면 쇄신을 선언했다. 1989년 창립 이래 한국어 문서 처리의 표준을 제시해 온 ‘한글과컴퓨터’로서의 챕터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AI OS 기업 ‘한컴’으로의 완전한 체질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김연수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한컴이 ‘준비 중인 회사’가 아닌, ‘이미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짚었다. 그는 “한컴은 AI 비전 발표 이래 실적이라는 가장 객관적인 언으로 전환을 증명해 왔다”라며 관련 지표를 잇달아 공개했다.
한컴은 2025년 별도 기준 매출로 전년도 대비 10.2% 성장한 1753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체 매출 증가분(162억 원)의 과반인 54.6%가 AI 매출로부터 나왔다는 점이 괄목할 부분이다.
AI 판매 성장 가속도는 올해 더 가파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2026년 1분기 매출 465억원 중 AI 매출은 52억원으로 11.21%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 0.04%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비약적인 상승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올 들어 AI 매출 규모는 당초 사업계획 대비 월평균 200%를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체 AI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중 조기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은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전략 발표회 ‘HANCOM: THE SHIFT’를 개최했다.
특히 막대한 AI 투자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는 타 기업들과는 달리, 한컴은 기존 20만 고객 기반 위에 AI 패키지를 얹는 비즈니스 모델로 30% 안팎의 영업이익률(2025년 29%, 영업이익 509억원)을 유지했다. 더불어 올해 1분기 기준 B2B 고객의 AI 패키지 전환율은 4.2%로,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한 글로벌 빅테크의 전환율(약 5%)과 동등한 속도로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한컴의 목표 시장은 소버린 에이전틱 OS 분야다. 사람이 묻고 AI가 답하는 시대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완결하는 ‘에이전트’ 트렌드를 겨냥하고, 이를 다수의 채널로 통합 조율하는 ‘에이전틱 O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론 시장 규모가 방대하면서도,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무방비로 위임할 수 없는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 분야의 특성을 집중 공략한다. 김 대표는 “빅테크가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2030년 기준 유효시장(SAM)이 70억~100억달러(한화 약 10조~14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시장이 바로 한컴의 무대”라며, 이를 공략할 한컴만의 ‘4대 해자(MOAT)’로 △36년간 축적한 데이터 원천 기술 △AX(AI 전환) 임상 데이터 △20만 확정 수요처 △개방형 AX 표준 아키텍처 등을 꼽았다.
이중 한컴이 자부하는 핵심 무기는 오픈소스 데이터 추출 역량이다. 전 세계에선 연간 2조5000억 개에 달하는 PDF 문서가 생성 및 유통되며, AI가 이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해당 문서에 포함된 비정형 데이터를 읽고 정형화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그 가운데 한컴의 오픈소스 모델인 ‘오픈데이터로더(ODL) V2.0은’ 글로벌 벤치마크 4개 부문(종합 점수·읽기 순서, 표 추출, 헤딩 인식)에서 글로벌 경쟁사의 모델을 제치고 전부 1위를 차지했다.
또 한컴은 미국 빅테크 기업 팔란티어의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해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는 대신, 데이터 원천과 보안을 통합한 환경에서 고객이 최적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LLM 비종속(Agnostic) 아키텍처’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컴은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틱 OS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사명은 기존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변경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사진/중소기업신문
기술력도 현장 임상으로 검증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컴은 내부에서 750건 이상의 업무 효율화 임상을 거쳤으며, 외부로는 180만 페이지 분량의 국회도서관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을 단독 수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국회사무처에 AI 솔루션 3종을 일괄 납품하는 등, 까다로운 공공망에서 성공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글로벌 영토 확장도 초읽기에 돌입했다. 한펌은 인공지능법(AI Act) 등의 시행으로 데이터 주권 요구가 가장 강력한 유럽을 첫 타깃으로 삼은 바 있다. 김 대표는 현지 유력 파트너와의 협력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유럽 파트너들은 한컴을 기술적 안정성과 검증된 레퍼런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확고한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전 변화에 발맞춰 비즈니스 정책도 완전히 바뀐다. 한컴은 이날을 기점으로 단독 브랜드 ‘한컴(HANCOM)’으로 사명을 전격 변경하는 동시에,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지난 36년간 이어 온 연식제 패키지 발매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김연수 대표는 “AI 진화 속도가 너무 빨라 연 단위 출시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라며, “이제 오피스는 하나의 살아있는 AI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해, 새 버전을 2~3년씩 기다릴 필요 없이 AI 기능이 고도화되는 즉시 고객 시스템에 배송(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현장에 참석한 기자·투자자들을 향해 “한컴의 본업은 문서 도구에서 AI 운영 체계로 완전히 전환된다”라며, “단독 브랜드를 가진 ‘한컴’이 앞으로 나아갈 36년을 지켜봐달라”라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