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시장 변동성 확대에 모니터링 강화
“외화 조달·지급능력은 양호…고위험 부문은 계속 점검”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시스템 흐름을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과 취약부문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 중동 변수 커졌지만 금융시스템은 안정 유지
25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금융안정 상황과 관련해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 지급 능력을 기반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중동 상황 발생 이후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고, 앞으로도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실물경제나 금융안정에 미치는 파급 영향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양극화로 인해 취약 부문의 부실 및 자금조달 리스크가 증대될 우려가 있다”며 “최근 정부 대책에 힘입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됐으나, 부동산 시장의 추세적인 안정 여부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정책 공조를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안정국은 부문별 점검 결과를 통해 신용시장에서는 가계신용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계부채 비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신용도 비교적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 연체율은 장기 평균에 근접한 수준에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 연체율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도는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자산시장에 대해서는 “국고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신용스프레드도 최근 들어 확대됐다”며 “주가는 견조한 반도체 수요와 정부의 자본시장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다가 중동 상황 발생 이후 큰 폭 조정되는 등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는 “수도권의 경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비수도권은 지난해 하반기 상승 전환한 이후 완만하지만 상승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금융안정국은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건전성은 업권별로 차별화된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고, 복원력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 부문에 대해서도 “환율이 중동 상황 발생 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나 외화 자금조달 여건과 대외 지급 능력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향후 금융안정 상황이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금융안정국은 “앞으로의 금융안정 상황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내수 회복 속도,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보고서에는 중동 상황 발생으로 높은 수준의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어 관련 점검 내용을 ‘참고 1’에 수록했다”며 “대내외 충격 발생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예외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 금융기관의 대응 능력을 점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참고 자료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와 함께 자영업자 부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고위험 가구,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 등 주요 잠재 리스크 요인도 함께 점검했다고 밝혔다.
◇ 취약차주 재증가, 신용회복 실패보다 기존 연체 영향 컸다
김정호 한국은행 안정총괄팀장은 취약차주 동향과 관련해 “신용회복 조치 이후 취약차주가 큰 폭으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났지만, 늘어난 차주를 분석해 본 결과 신용회복 대상자였던 차주가 다시 편입된 비중은 크지 않았다”며 “기존 차주들의 연체가 진행된 경우가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취약차주가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집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회복 지원 조치가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거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곧바로 다시 저신용·저소득 상태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가 오르거나 시장금리 여건이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증가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던 수준에서 다시 일부 높아진 일반적 현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령가구와 지방 차주 문제에 대해서는 자산가격 격차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고령가구의 경우 지방 차주와 수도권 차주 사이 자산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영향 등이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한국은행 측은 다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시 추정한 결과, 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가구 수 비중과 채무액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층과 고령가구가 함께 늘어난 배경에 대해서는 가구 구조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김 팀장은 “인구 고령화로 노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다만 이번 통계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 기준으로 산정하다 보니 청년층 가구 역시 전체적으로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가구든 비고위험가구든 모두 청년층에서 증가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이는 1인 가구 비중 확대와 새로운 가구 형성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3, 40대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증가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과거 세대와 비교하면 청년층이 부채를 활용하는 데 더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그런 흐름이 고위험가구 통계에서 청년층 비중 확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