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유지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와 환율 불안이 커진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일곱 차례 연속 동결로, 5월에 예정된 다음 회의 전까지 약 10개월간 금리가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이번 동결은 물가와 환율 불안, 성장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부각된 가운데 정책 선택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은 중동 지역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됐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안팎에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환율 상승이 맞물리며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한·미 금리 격차까지 확대될 경우 자본 유출과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기 흐름이 완만한 둔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경우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게 커진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여건과 관련해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영향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는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확대될 것"이라며 "위험회피 심리 강화로 주요 금융 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과 소비 중심의 회복 흐름이 이어졌지만 중동 사태 이후 경제 심리가 약화되고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수출과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 영향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으며 향후에도 국제유가 영향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 대책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기존 전망보다 높은 수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환율, 금리, 주가 등 주요 지표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주택시장 흐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결정은 단순히 불확실성을 이유로 판단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 중동 사태의 파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향후 추가 정보와 충격의 지속성 등을 점검하면서 정책 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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