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려 넘어 AI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
2027년 영업이익 488조 전망···엔비디아 넘어서
반도체 호황과 AI 확산 속에서 삼성전자의 실적과 위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산업, 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짚고, 그 성장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의미와 과제를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시대 대응 지연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위기론의 중심에 섰다. AI용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었고 반도체 사업 부진에 영업이익은 6개 분기 만에 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삼성전자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올해 1분기에만 5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단숨에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전 세계 상장기업 영업이익 1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 1분기에만 57조 영업이익···반전 신화 쓴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기준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였던 40조원대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0억원)까지 넘어선 수치다. 매출은 133조원을 기록해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불과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칩 시장에서 좀처럼 수주를 확보하지 못했다. HBM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축적하며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와 달리 기술적 대응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영향이었다.
특히 상황 반전과 성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인 1c D램 적용을 서둘렀지만, 높은 기술 난도로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품질(퀄) 테스트 지연이 이어졌다. 이른바 ‘기술의 삼성’으로 상징되던 경쟁력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한과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의 저력은 다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대응을 강화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점차 수주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6세대 HBM4를 양산 공급한 데 이어 AMD의 HBM4 우선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AI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삼성전자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AI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단계로 확장되면서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범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AI 추론 서비스 확산으로 빅테크의 투자 확대가 이어졌고,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데이터 처리 부담 증가가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메모리 수요 확대를 뒷받침했다. 실제 D램 가격은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상승하며 삼성전자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기존 전망치 및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며 “서버 D램과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가격 상승률이 예상치를 넘어섰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의 수익성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며 “원·달러 환율 강세 역시 반도체 부문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 전망···글로벌 1위로 우뚝 설까
눈길을 끄는 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AI 수요 확대 흐름이 더욱 강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글로벌 상장사 가운데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을 488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3182억5700만달러·약 472조원)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망치 기준 글로벌 1위에 해당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한데, 대표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47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 순위는 주요 증권사 추정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반영. / 표·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이들은 AI 확산에 따라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기존 사이클 산업에서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삼성전자는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대만 TSMC식 파운드리 사업 모델과 같이 수주 기반 생산 구조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은 전날 시사저널e 투자세미나에서 “삼성전자는 신규 계약을 3년 이상의 LTA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공급 과잉을 방지하고 이익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삼성전자가 실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실적 전망만으로도 AI 시대에 삼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AI 산업 성장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컴퓨팅 수요 확대와 함께 메모리 중심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삼성전자가 AI 시장 주도권 경쟁의 중심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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