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한국 무역이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이 국가 전체 무역 수지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무역수지는 2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4월 기준 역대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달성한 기록적인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번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4%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칩의 고정가격이 상승한 점이 수출액 증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은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는 추세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제품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협상력이 강화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단가 상승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태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 제조업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망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무역 흑자가 반도체라는 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인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 1%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는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견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출 품목의 다변화와 에너지 수급 안정화 대책을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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