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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대학 '학술 용병' 논란…글로벌 경쟁서 길 잃나

교육 기반을 강화하고, 그 성과가 지속 가능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 때, 한국 대학은 단순한 학술 실적지가 아닌 글로벌 혁신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 대학 '학술 용병' 논란…글로벌 경쟁서 길 잃나

외국 학자 이름만 빌린다? 학술 용병 의혹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변방에 머문 한국 대학

순위 경쟁보다 실제 연구·교육 생태계가 중요

외국 학자 이름만 빌린다? 학술 용병 의혹

최근 국내 대학들은 학술 실적을 높이기 위해 외국 학자들의 이름만 빌리는, 이른바 ‘학술 용병’ 의혹에 휩싸였다. 국제 학술지에 여러 기관 소속을 함께 표기하면 QS나 THE와 같은 글로벌 대학 순위 평가 기관은 이를 각 기관의 연구 실적으로 반영한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논문 실적과 대학 순위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 인력과 학생이 대학에서 활동하며 쌓은 성과가 아닌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국내 대학의 장기적 연구 역량과 교육 수준 향상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숫자 만들기'식의 접근은 대학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25~2026년 QS 세계 대학 순위

“어디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가?”

결국 대학의 위상은 인위적인 지표 관리가 아니라, 전 세계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실질적인 연구 환경에서 결정된다. 세계 최상위권 인재들에게 “어디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미국을 첫손에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들은 풍부한 연구 자본, 높은 제도적 유연성,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과 긴밀한 연결을 바탕으로 강력한 ‘인재 자석’으로 기능해 왔다.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대학이 논문 수나 연구 성과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트럼프 행정부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학 연구비 삭감과 반이민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전체 대학 생태계의 두께와 브랜드 파워, 자율성과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들이 미국 대학으로 몰리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자본과 인재가 모이는 혁신 허브, 미국 대학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단순한 자본 규모를 넘어, 전 세계 부와 인재가 집중적으로 유입·재투자된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같은 명문대가 보유한 막대한 기금은 세계적 석학에게 장기적이고 자율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해, 다수 국가의 대학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미국 연구중심 대학들은 실리콘밸리나 보스턴 클러스터와 같은 혁신 지대와 긴밀히 연결된 ‘산학 연계 생태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창업과 연구·산업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일부 캠퍼스는 전통적 교육기관을 넘어, 유망 스타트업과 기술이 탄생하는 대형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미국은 고숙련 이민자에게 오랫동안 개방적이었으며, 특히 STEM 전공자를 위한 OPT 제도는 미국 학위를 세계 최대 경제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로 만들었다. 최근 이민 정책의 변동성과 규제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미국 상위 대학들이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핵심 허브로 기능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변방에 머문 한국 대학

반면 한국 대학은 경직된 규제와 고갈된 재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 석학 한 명을 영입하려 해도 연봉, 연구비, 연구팀 구성 등 모든 조건에서 미국 대학과 체급 자체가 다르다.

​이는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니라, 2009년 이후 17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무 구조가 ‘생존 모드’로 고착된 결과다. 대학이 수익 사업으로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이를 교육 혁신이나 연구 인프라 확충에 공격적으로 투입하기 어렵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초·중·고 1인당 공교육비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재정적 제약 속에서는 해외 석학을 영입해도, 박사급 연구 인력과 첨단 장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핵심은 석학 수가 아니라, 그들이 한국 대학 생태계에 뿌리내려 국내 인재와 함께 지속적 학문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 기반을 갖추었는지다. 현재와 같은 획일적 재정·연봉 체계와 경직된 운영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대학은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여전히 변방의 추격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순위 경쟁보다 실제 연구·교육 생태계가 중요

대학 자생력 부족만큼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정량 평가 중심 지원 체계다. 교육부의 ‘4단계 BK21 사업’처럼, 2027년까지 ‘QS 100위권 대학 7개 배출’을 목표로 삼는 것은 교육 정책이 본질적 경쟁력보다 외부 순위에 의존함을 보여준다.

​이른바 ‘지표의 함정’ 때문에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질보다, 단기간에 순위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술 용병’과 같은 기형적 수단이 동원되고,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닌 지표 관리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

​QS·THE 같은 순위 지표는 교육 수준, 학생 만족도, 지역사회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성과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학은 장기적 연구와 교육 혁신 대신 단기 실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학문 공동체를 위해서는 ‘순위(Ranking)’가 아닌 ‘역량(Capability)’에 집중해야 한다. 논문 수와 순위보다, 학생과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연구·교육 생태계 복원에 정책적 자원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대학을 순위라는 좁은 틀에 가두는 것은, 한국 대학의 미래를 정부 스스로 제한하는 일이다.

디지털 기반 연구 협력의 ‘질적 검증’ 필요성

국제 연구 협력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자가 직접 이동하고 현지에 상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협력이 주류가 되고 있다. 클라우드, 원격 장비 제어, 가상 연구실 등은 지리적 한계를 허물고, 전 세계 연구자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즉시 교환할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우수 연구자가 특정 지역에 상주하지 않아도, 온라인 세미나, 공동 프로젝트, 원격 멘토링을 통해 실질적 학문적 기여가 가능하다. 즉, ‘현지에 없다는 것’이 곧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더 이상 아니다.

​그러나 기술적 편의성은 역설적으로 ‘학술 용병’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실제 연구나 제자 양성 없이 논문에 이름만 올리는 ‘유령 협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주 여부가 아니라, 협력의 실질적 밀도를 검증할 기준이 필요하다. 데이터 교류 기록, 회의 참여 로그, 공동 지도 학생 성과 등 디지털 흔적을 활용해, 형식적 이름 올리기와 실제 협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이 전제될 때, 디지털 기반 연구 협력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건강한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AI와 자율성으로 혁신하는 대학 시스템

일부 대학은 AI 기반 학습 분석과 맞춤형 피드백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재정적 한계 속에서 ‘20세기식 아날로그 관성’에 머물러 있다. 생성형 AI가 평가 체계를 흔드는 지금, 단순 규제나 감독 강화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AI를 교육의 핵심 파트너로 내재화하고 학습 과정을 데이터화하려면, 충분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 예산이 필수다.

​한국 대학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압도적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단기적 순위 방어용 소액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파격적 재정 투자가 필수다. 최근 중국 대학들의 약진은 우연이 아니라, 수십 년간 천문학적 R&D 예산과 해외 석학 유치 프로그램(천인계획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도 단순 예산 확대를 넘어, 핵심 인재가 주저 없이 한국을 선택하도록 파격적 연봉, 연구 인프라, 고숙련 인재 정착 보장을 포함한 재정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획일적 평가 지표로 대학을 통제하기보다, 대학에 재정적 자율성을 부여해 각 학교가 자본을 동력으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혁신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재정 지원으로 연구와 교육 기반을 강화하고, 그 성과가 지속 가능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 때, 한국 대학은 단순한 학술 실적지가 아닌 글로벌 혁신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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