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취재③] 항저우 '알리바바'와 '휴머노이드 로봇전시관'
[중국 현지취재②]중국 AI·로봇의 힘, '기업·대학·정부' 삼각동맹 (https://omn.kr/2i9yz)에서 이어집니다.
4월 29일 오후 첨단과학기술도시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글로벌 본사 방문객 센터(訪客中心)'.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수십 명의 학생들이었다. 알리바바 직원의 인솔 아래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직원이 무언가를 설명하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치 박물관 도슨트 투어 같은 풍경이었다.
취재진이 이날 알리바바를 찾은 건, 중국 AI·로봇 산업 생태계가 대중들과 어떻게 호흡하며 접점을 만들어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취재진을 안내한 관계자는 "알리바바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컨설팅·자문·교육 파트를 맡고 있고, 외부기관과의 교육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알리바바를 단순한 상업기업이 아닌 지식 공유와 교육의 허브로 여기는 회사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중국이 AI·로봇 산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힘은 '기업·대학·정부'의 견고한 삼각동맹 외에 대중교육도 한몫을 했다. 2015년에 발표한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 정책은 대학에서 AI·로봇과 관련한 엘리트를 양성함과 동시에 대규모 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14억 인구는 막대한 내수시장의 소비자이자, AI·로봇을 일상에서 접하는 테스터(tester)였다. 기업에서는 이런 대중들을 상대로 한 홍보 겸 교육을 강화했다.
마윈의 아파트, 중국판 '차고(車庫) 신화'를 재현하다
방문객 센터에 들어서면 탁 트인 8층 높이의 아트리움(중앙홀)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거대한 중앙 홀을 가득 채운 빛 속에서 건물 내부를 둘러보다 1층 정면을 응시하면, 낯선 공간이 나타난다. 하얗고 소박한 외관. 창살 달린 알루미늄 새시 창문. 난간엔 흰 기둥 발코니 장식. 최첨단 건물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2층짜리 옛날식 아파트다.
'호반의 작은 집'이라는 뜻을 지닌 '후판샤오우(湖畔小屋)'다. 1999년 마윈(馬雲) 부부가 살던 항저우 아파트를 1:1 비율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주소도 그대로다. 항저우 후판화위안 16동 1단원 202호. 마윈을 비롯한 공동창업자 18명이 이곳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건물 오른쪽에 '입구'라고 적힌 표지판이 그때 그 시절 공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알리바바 관계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복원된 아파트 내부는 당시 분위기를 꼼꼼하게 재현해 놓았다. 나란히 놓인 나무 책상과 낡은 의자들, 창가에 놓인 브라운관(CRT) 모니터와 유선전화기, 책상 위에 놓인 마우스와 키보드. '사용하지 마세요(請勿使用)'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레트로 컴퓨터는 당시 실제로 알리바바닷컴에 접속했던 화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TV에선 창업 초창기 영상이 흘러나온다. 거실 소파 뒤 벽에는 1999년과 2000년 창업 초기 멤버들의 단체사진 액자 10개가 걸려 있다. 얼핏 보면 친목 모임이나 청년들의 MT 장면처럼 보인다.
또 다른 벽에는 마윈의 포부를 담은 글귀도 적혀 있었다.
"이 집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알리바바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미래 어디에 있더라도, 어떤 산업을 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후판(湖畔) 문화, 이 '차고(車庫) 문화'를 기억할 것이다. 알리바바는 꿈이 있다. 그 꿈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어떤 장애도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 60년, 80년 후에도 사람들이 이 곳을 기억하고, 우리가 후판에서, 이 집에서 꾼 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마윈"
'마윈의 아파트'는 애플의 차고, 구글의 기숙사 방처럼 중국판 '차고(車庫) 창업 신화'와 오버랩되도록 의도하고 만들었다. 알리바바 탄생의 성지이자 창업신화가 깃든 공간을 재구성해 기업 정신을 되새기게 만든 설정이다. 방문객들에게 맨 먼저 이 공간을 소개하는 이유도 거부감 없이 '알리바바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철저히 계획된 내러티브 동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들에게 논리에 앞서 서사를 심어주는 장치다.
하루 100개 팀, 연간 10만 명이 찾아오는 '학습의 허브'
새로 복원한 마윈의 아파트가 '과거'라면, 나머지 공간은 '현재와 미래'다. 방문객 센터는 단순한 안내 데스크가 아니다. 알리바바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해주며,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고객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복합 공간이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하루에 100개 팀, 1년에 약 10만 명가량이 방문객 센터를 찾아온다"면서 "방문객 대다수는 중국 국내기관이며, 교육과 벤치마킹이 주된 방문 목적"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센터는 지방정부·학교·기업 관계자들에게 AI,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스마트시티 등과 같은 기술과 생태계를 체험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국 학생들의 단체 견학이 많은데,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캠퍼스처럼 "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동경을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마윈 아파트를 비롯해 건물 안 중앙은 아트리움으로 돼 있고 층별로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건물 가장자리에는 수백 개의 룸이 빼곡하게 자리잡았다. 마윈 아파트만큼이나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직원들의 업무공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소규모 브리핑룸, VIP 응접실, 중형 회의실, 다목적 행사 공간이었다.
각 회의실에는 대형 모니터가 있어 노트북을 연결하면 바로 브리핑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었다. 방문객들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 정부 인사, 글로벌 파트너, 미디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응대하도록 설계된 '외교 공간'으로도 쓰인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다 보니 공간 구성에서 '개방성'이 두드러진다. 권위적 로비, 폐쇄형 출입 구조가 아니라 공개형·순환형·체류형 동선으로 설계돼 있다. 딱딱한 회사의 이미지를 지우고 '플랫폼 생태계' 같은 느낌을 주는 '쇼핑몰 같은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발점이 온라인 상거래였다는 회사의 정체성이 공간 배치에서도 엿보인다.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알리바바, 초심을 꺼내들다
방문객 센터가 2024년 5월에 문을 열고, 마윈 아파트가 1년 후인 2025년 5월에 일반 방문객들에게 공개된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알리바바는 성장 둔화, 중국 정부의 규제, AI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CNBC와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2025년 12월 말 직원 수가 12만8197명으로, 전년 동기 19만4320명에서 34%나 감소했다. 회사의 이익도 급감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절실한 시기, 마윈의 아파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부 결속과 외부 홍보, 두 가지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을 안내한 알리바바 관계자는 "과거에 너무 많은 분야로 뻗어나갔다고 자성하면서 전략을 재정비했다"면서 "현재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세 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냐'는 물음에 그는 "알리바바 자기 자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ByteDance)를 꼽았다.
알리바바의 가장 큰 고민으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만약 2, 3년 안에 구체적인 응용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AI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구글이나 삼성 등의 기업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경계하면서도 알리바바 역시 AI를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AI로 인해 모든 산업 생태계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리는 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알리바바는 '대중과의 접점 넓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2층 높이의 마윈 아파트 지붕 바닥에는 문구를 입체 조형물로 새겨놓았다. "꿈은 가장 좋은 투자 기준이다(夢想是最好的投資標準)." 단기 수익이나 재무 지표가 아니라, 얼마나 큰 꿈과 비전을 가진 사람·사업인가를 투자의 핵심 잣대로 삼는다는 뜻이다. 마윈이 창업 초기부터 반복해서 강조해온 메시지다. '꿈'과 '공동체'는 알리바바의 경영 철학을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러한 메시지를 건물 곳곳에 새겨두고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건 알리바바의 대중교육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에는 알리바바 방문객 센터와 같은 규모의 대중 개방형 초대형 복합공간이 많지는 않지만, 2020년 이후부터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화웨이의 스마트시티·HarmonyOS·5G·AI 전시관, 텐센트의 산업인터넷 체험센터, 샤오미의 스마트홈·전기차·IoT 체험형 플래그십,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로봇 시연 센터, 유바테크 로보틱스와 딥로보틱스의 교육용 로봇·휴머노이드 전시 공간 등도 규모 차이는 있지만, 체험형 쇼룸과 정부·학교의 견학, 스마트팩토리 투어와 AI 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 제품의 쇼룸이 아니라 대중 기술교육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현실 세계에 뿌리내리는 로봇들을 한 눈에
▲ 중국 항저우 '휴머노이드 로봇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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