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유출범죄수사부
삼성전자 기술유출 피의자 구속기소 주역
범죄조직·수법 지능화…일상 속 파고들어
산업 경쟁력 악화 등 수십년 노력 물거품
개별기업 노력만으로는 뿌리뽑기 어려워
수사 전문성 높이고 엄중한 처벌 이뤄져야
박경택(오른쪽)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수사부장과 한윤석 검사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승현 기자
“산업 기술 유출은 국내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급속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수십 년을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국내 기업은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과 한윤석 검사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급격한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 원인으로 ‘산업 기술 유출 범죄’를 꼽았다. 경쟁자에게 중요한 산업 기밀을 넘기는 국부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뺏길 수 있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검사가 최근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자료를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받고 특허관리회사(NPE)에 넘긴 피의자 A씨를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뼈져리게 느낀 점이기도 하다.
A씨는 ‘삼성전자에 특허를 매도할 수 있도록 내부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B씨에게 관련 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와 협상 중이던 NPE를 이끈 B씨는 이를 활용해 삼성전자와 3000만 달러(약 4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를 토대로 회사 상장까지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범행으로 삼성전자는 막대한 특허 로열티를 내게 됐다. 결국 가격 상승 등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부장검사는 “통상적으로 기술이 빠져나가면 그 기술을 완성하는 데 적어도 수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며 “수사를 하다가 기업인들을 조사해 보면 이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돼 경쟁사가 기술 격차를 6개월 미만으로 단축시킨다면 기술이 빠져나간 기업 입장에서는 큰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이어 “실제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회사 임원들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자주 허무함을 토로한다”며 “기술 공정을 안착시키기 위해 수년을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 오승현 기자
한 검사는 “삼성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이 과거 중국 회사들로 유출됐던 당시 유출 기술을 사용한 중국회사는 삼성이나 LG 같은 국내 기업을 추격하던 회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조선·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각각 2000년대 초, 2010년대 발생한 기술 유출로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했다. 산업계 안팎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조선·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사실상 중국에게 뺏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한 산업 기술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술 유출 방식이 조직·지능화되면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검사는 “과거에는 이메일 등 (방식이) 단순했지만, 이제는 점점 유출 방식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종이로 필사해서 기술을 유출한다든가, 컨설팅 업체 계약을 통해 컨설팅 명목으로 기술을 빼가는 등 기술-영업비밀 유출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기술유출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한윤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수사부 검사. 오승현 기자
박 부장검사는 “검찰은 기술유출 관련 증거수집 방법을 고도화하고 다양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술유출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수사능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범죄로 얻은 범죄수익을 박탈함으로써 ‘기술유출 범죄는 반드시 적발되고 이로 인한 이익은 모두 박탈된다’는 기조로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기술유출 사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검찰청 내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첨단산업보호 중점청으로 수원지검을 지정한 것을 비롯해 중앙지검과 대전지검 등 주요 거점 검찰청에서 기술유출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부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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