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비극이다. 그런데 그곳이 내 땅이 아니라면 위로와 공감의 마음 한편에 각성과 배움의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직접 아픔을 겪지 않고도 전쟁의 양태를 학습할 틈이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여러 힌트가 쏟아졌다. 공격 대상을 탐지해 궤멸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된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첫째요, 고가의 미사일을 비웃는 드론의 가성비가 둘째일 것이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이라면, 저 끔찍한 전장에서 또 하나의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격의 우선순위로 떠오른 '데이터센터'가 그것이다.
이란이 우선 타격한 곳을 보면 에너지 기반 시설, 해수 담수화 시설과 더불어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있는 AWS 데이터센터 세 곳에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드론이 날아들었다. AI를 추동하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와 생명을 상징하는 석유와 물 시설에 키를 맞추는 가치를 형성한 것이다.
엉뚱하지만 UAE 데이터센터 공격 소식을 접하며 기자는 이런 상상을 했다. 만약 그곳에 반도체 공장이 있었다면? 2년 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UAE 국부펀드와 손잡고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UAE의 소망이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그 사막에 파운드리 팹이 들어섰다면 십중팔구 AWS 건물보다 높은 우선순위로 드론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이 값진 희소재가 됐다. 중동 오일머니로도, 미국 월가의 자본력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쟁력이다. 대만을 지키는 힘이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라는 말은 괜한 비유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울퉁불퉁한 운명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반도체만큼은 세계가 함께 지켜줄 유산으로 키워서 건네줘야 하겠다.
[이재철 논설위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여러 힌트가 쏟아졌다. 공격 대상을 탐지해 궤멸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된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첫째요, 고가의 미사일을 비웃는 드론의 가성비가 둘째일 것이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이라면, 저 끔찍한 전장에서 또 하나의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격의 우선순위로 떠오른 '데이터센터'가 그것이다.
이란이 우선 타격한 곳을 보면 에너지 기반 시설, 해수 담수화 시설과 더불어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있는 AWS 데이터센터 세 곳에 이슬람 혁명수비대의 드론이 날아들었다. AI를 추동하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와 생명을 상징하는 석유와 물 시설에 키를 맞추는 가치를 형성한 것이다.
엉뚱하지만 UAE 데이터센터 공격 소식을 접하며 기자는 이런 상상을 했다. 만약 그곳에 반도체 공장이 있었다면? 2년 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UAE 국부펀드와 손잡고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UAE의 소망이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그 사막에 파운드리 팹이 들어섰다면 십중팔구 AWS 건물보다 높은 우선순위로 드론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이 값진 희소재가 됐다. 중동 오일머니로도, 미국 월가의 자본력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쟁력이다. 대만을 지키는 힘이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라는 말은 괜한 비유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울퉁불퉁한 운명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반도체만큼은 세계가 함께 지켜줄 유산으로 키워서 건네줘야 하겠다.
[이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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