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를 말하던 여름, 이제는 ‘재난’을 말한다
전남광주 폭염일수 12년 새 2.1배…최고기온도 0.9도 상승
2025년 광주 하루 426.4㎜ 물폭탄…언론 키워드도 온열질환·취약계층으로
2026년 09월 26일(토) 14:08
전남광주의 여름이 ‘휴가의 계절’에서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계절’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폭염은 과거보다 두 배 이상 잦아진 데다 한 번 시작하면 더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비가 내리는 날은 줄었지만 단시간에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는 극한호우 위험은 오히려 뚜렷해지고 있다.
광주연구원이 기상청 관측자료와 지역 언론 보도를 토대로 2010~2025년 전남광주의 여름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연평균 폭염일수는 2010년대 초반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4년 단위로 기상자료를 나눠 분석한 결과 2010~2013년 연평균 8.5일이던 폭염일수는 2014~2017년 8.9일, 2018~2021년 11.1일을 거쳐 2022~2025년 17.9일까지 늘었다. 12년 사이 2.1배로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여름철 평균 최고기온도 28.8도에서 29.7도로 0.9도 상승했다. 한 번 시작된 더위가 이어지는 기간도 길어졌다. 최장 연속 폭염일수는 평균 5.0일에서 7.9일로 2.9일 늘었다.
비는 ‘자주’보다 ‘강하게’ 내리는 쪽으로 양상이 달라졌다.
여름철 연평균 강수일수는 2010~2013년 38.0일에서 2022~2025년 33.6일로 4.4일 감소했고,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 역시 743.9㎜에서 663.6㎜로 80.3㎜ 줄었다.
하지만 평균치만으로는 최근 여름철 위험을 설명하기 어렵다.
2010~2013년 기간 최대 일강수량은 2012년 여수의 308.9㎜였고, 2014~2017년에는 고흥에서 306.5㎜, 2018~2021년에는 해남에서 297.3㎜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인 2025년 7월17일 광주에는 하루 동안 무려 426.4㎜의 비가 쏟아졌다. 2017년 6월26일 고흥에서는 한 시간에 106.6㎜가 내리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짧은 시간에 피해를 집중시키는 극한강우에는 더 취약해진 것이다.
여름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도 달라졌다.
연구원이 지역 언론기사의 주요 단어를 분석한 결과 2010~2013년에는 ‘관광객’, ‘휴가철’, ‘물놀이’ 등 휴가와 피서를 상징하는 표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4~2017년부터는 ‘폭염특보’, ‘쉼터’, ‘어르신들’이 등장했고, 2018~2021년에는 ‘산사태’, ‘이재민’, ‘침수’ 등 재난 피해를 나타내는 단어가 전면으로 올라왔다.
2022~2025년에는 변화가 더 선명해졌다. ‘온열질환’과 ‘취약계층’, ‘근로자’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여름철 보도의 초점이 즐길거리에서 생명과 안전, 기후재난에 노출되는 사람으로 이동했다.
실제 전체 기사에서 ‘휴가·피서·여름생활’이 차지하는 비율은 11.3%에서 7.7%로 3.6%포인트 줄었다. 반면 ‘폭염·건강’은 7.1%에서 11.0%로, ‘재난·피해’는 11.2%에서 14.4%로 높아졌다.
‘취약계층·대응’은 4.4%에서 13.1%로 8.7%포인트 뛰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여름철 재난대책도 평균 기온이나 강수량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 때는 야외근로자와 고령층 등 반복적으로 더위에 노출되는 시민을 중심으로 무더위쉼터 접근성·운영시간과 그늘막 등 저감시설을 살펴야 하고, 집중호우에 대비해서는 도시 배수망의 처리능력과 하천·산사태 위험지역의 대응체계를 극한강우 수준에 맞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연수 광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폭염과 호우 자체뿐 아니라 누가, 어디에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지역별 기후위험과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재난안전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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