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연동 회피 의혹에 대한 첫 직권 현장조사… 대·중소기업 간 비용 분담 구조 재점검
중소벤처기업부가 플라스틱 용기 납품 거래를 대상으로 직권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단순한 가격 분쟁을 넘어 산업 내 비용 전가 구조 전반에 대한 정책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누적된 거래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핵심은 ‘납품대금 연동제’의 실제 작동 여부다. 이 제도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경우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장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회피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다. 중기부가 직권조사를 통해 직접 개입한 것은 이러한 제도의 형식적 운영과 실질적 괴리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식료품·음료·커피 프랜차이즈 등 플라스틱 용기 수요가 높은 업종의 주요 기업들이다. 총 15개 위탁기업과 146개 수탁기업 간 약 3,2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분석됐으며, 이 가운데 7개 기업이 현장조사 대상으로 선별됐다. 법 위반 의심, 자료 제출 불성실, 다수 협력사와의 거래 구조 등이 주요 기준이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조사 규모 때문이 아니다. 이는 특정 산업군에서 원가 상승이 어떻게 흡수되고,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단면’이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 제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수지 가격이 약 30% 상승한 상황에서, 이 비용이 최종 납품단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 변수다.
정책적으로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탈법 행위’의 유형이다. 중기부는 쪼개기 계약, 연동 미적용 합의 강요, 납품대금 미지급 등 다양한 방식의 제도 회피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법 위반 적발을 넘어, 계약 구조 자체가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변화는 조사 방식이다. 정부는 위탁기업뿐 아니라 수탁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병행한다. 이는 기존의 ‘서류 중심 규제’에서 ‘현장 인식 기반 검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 당사자의 실제 경험을 데이터로 확보함으로써, 제도와 현실 간의 간극을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기업에 대한 제재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 파급효과다. 납품단가 결정 방식이 ‘고정 계약’에서 ‘변동 연동 구조’로 전환될 경우, 이는 제조업 전반의 수익 구조와 리스크 분담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사안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분담’이다. 원재료 가격 변동이라는 외부 충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다시 설정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그 기준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다.
정부는 6월까지 현장조사와 설문을 마무리한 뒤, 8월 중 결과를 바탕으로 시정명령 및 제재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보다 큰 구조적 사안은 한국 제조업 공급망의 비용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 것인가에 있다.
연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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