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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풍향계/ 인공지능이 허문 장벽… 청주가 곧 세계의 중심

명함 크기만 한 초소형 '라즈베리파이'에 이 인공지능(AI) 비서를 얹어 직접 사용해 본 생생한 경험을... 머스크의 AI '그록(Grok)'이 언어 장벽을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린 것이다. 번역 버튼을 누를 필요조차 없다. 스크롤만...

풍향계/ 인공지능이 허문 장벽… 청주가 곧 세계의 중심

▲ 조성화 열린기획 총괄

최근 두 곳 대학에서 ‘오픈클로(OpenClaw)’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명함 크기만 한 초소형 ‘라즈베리파이’에 이 인공지능(AI) 비서를 얹어 직접 사용해 본 생생한 경험을, 신문물에 훨씬 익숙한 학생들에게 선뵈는 것이 부담이었으나 먼저 맛본 실질 사례를 골라 곧 닥칠 사회 현장에 도전을 심어주는 선배격으로 응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의 빼곡한 입찰 공고를 뒤적여 필요한 발주 정보를 골라내는 일은 중소기업인들이 매일 아침 치러야 하는 제법 고단한 일과다. 전시관, 박물관 등의 키워드를 넣어가며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입찰 공고를 검색하다 보면 황금 같은 오전 한 시간이 무색하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광고성 메일을 선별해 비우는 일도 피곤하긴 매한가지다. 며칠 출장으로 메일함 정리를 자칫 게을리하다 보면 백 여통이 훌쩍 쌓이니 이들 지우는 데만 십여 분,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오픈클로를 실험적으로 채용한 뒤 아침 일상이 달라졌다. 이 영리한 비서는 매일 아침 7시 정각, 내게 꼭 필요한 입찰 정보만 요약해 브리핑한다. 불필요한 메일은 알아서 휴지통에 버리고 당장 집중해야 할 중요한 과업만 추려 보고한다. 불과 서너 해 전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등장한 챗GPT가 인공지능의 보편화를 가져왔다면, 오픈클로는 내 지시를 밤낮 묵묵히 수행하는 나의 ‘실질적인 손과 발’로서의 개인 병기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오픈클로가 내세우는 이른바 ‘랍스터 웨이(Lobster Way)’ 철학이다. 바닷가재가 단단한 껍질로 속살을 보호하듯, 소중한 개인 데이터를 거대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에 넘기지 않고 철저히 내 컴퓨터, 내 규칙, 내 명령의 도구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재의 집게발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전 세계를 누비며 필요한 정보를 낚아채 나에게 던져 주는 신속함과 똑똑함까지 갖췄다. 정보 주권이 거대한 플랫폼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바로 이곳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변화의 파고는 더욱 높고 거세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접속했다가 적잖이 놀랐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뉴스 피드가 마치 한국 사람이 한글로 쓴 것처럼 매끄러운 우리말로 번역돼 흐르고 있었다. 게시물 작성자의 이름을 봐야만 외국인임을 눈치챌 뿐이다. 원문 언어를 보지 않고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머스크의 AI ‘그록(Grok)’이 언어 장벽을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린 것이다. 번역 버튼을 누를 필요조차 없다. 스크롤만 내리면 세상 모든 뉴스와 목소리가 우리말로 생생하게 읽힌다.

머스크의 그록이 전 세계 언어를 하나로 묶어낸다면, 머스크의 또 다른 야심작인 통신위성 ‘스타링크(Starlink)’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국경을 없애버렸다. 산골 오지든, 사막이든 사람들이 소외될 곳은 더 이상 없어졌다. 기존 이동전화 통신망이나 인터넷 인프라를 통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세계와 교감하는 초연결망이 구축된 것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이 오픈클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지자체들이 마을회관마다 컴퓨터를 놓고 주민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며 정보화 시대를 준비하던 역동적인 모습이 겹쳐 보인다. 중국이 오픈클로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지방 시대’와 ‘국가 균형발전’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좋은 기회와 고급 정보는 늘 서울에만 있다는 깊은 ‘중앙 의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의 작은 사무실이나 후미진 연구실이라 해도, 초소형 컴퓨터 한 대와 똑똑한 AI 비서만 있다면 실리콘밸리의 최신 기술 동향을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 세계 언어 장벽도,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도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 시대는 중앙정부의 예산이나 혜택이 조금 더 떨어지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로컬 퍼스트(Local-First)’ 정신. 이것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가 굳건한 중앙 기득권과 미지의 세계 무대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존법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속도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숨 가쁘다. 지역에 산다고 주눅 들 필요도, 변방이라며 자조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생존의 답은 내가 있는 ‘현장’, 곧 ‘로컬’에 있다. 중앙만 바라보던 구태의연한 시선을 버리고, 지역의 주체적인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마주할 때다. 우리가 땀 흘리며 발 딛고 선 이 땅, 이 지역이 곧 세계와 직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로컬이 세계를 품고 주도하는 시대, 우리는 이미 그 가슴 뛰는 출발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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