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료 품질평가, 현장 변화를 이끌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사료생산시스템과 이상훈 과장
칼럼
박상래
2026년 07월 02일 17:15
승인
2026년 07월 02일 23:42
풀사료의 품질은 가축의 생산성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초종의 풀사료라도 수분 함량과 단백질 함량, 소화 가능한 영양소 수준에 따라 실제 이용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저장 과정에서 수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품질 저하는 물론 발효 불량과 변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현장에서는 안정적인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풀사료 품질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기존 화학 분석 방식은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분석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해 생산현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품질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수확이나 저장 관리 과정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근적외선분광법(Near Infrared Spectroscopy, NIR)이다. 근적외선분광법은 풀사료의 반사 스펙트럼을 분석함으로써 단백질, 수분 등 주요 성분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시료의 전처리가 간단하고 분석 시간이 짧아 현장 활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 초반 근적외선분광법 기반 풀사료 품질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2016년 전국 시·군에 근적외선분광법을 활용한 풀사료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청보리 등 동계 사료작물과 사료용 옥수수, 수단그라스 등 하계 사료작물까지 신속한 품질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분석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실제 현장의 풀사료 생산과 관리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변화가 수분 관리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수집된 1만 4,204점의 풀사료 시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수분함량이 2015년 46.7%에서 2024년 30.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현장에서 수분 함량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품질등급 판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저장 단계의 관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경험에 의존하던 수확 시기 판단과 저장 관리가 점차 데이터 기반 관리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건초와 저수분 풀사료의 품질 안정성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국산 풀사료의 이용 가치와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품질평가 체계의 적용 범위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국립축산과학원은 기존 근적외선분광법 기반 품질평가 기술의 적용 범위를 알팔파까지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하계 풀사료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료피에 대해서도 근적외선분광법 기반의 검량식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사료피 품질평가 기반 구축은 전략작물직불제에 따른 하계 풀사료 재배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풀사료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품질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도 현장 활용도가 높은 품질평가 기술과 초종별 분석 기반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국산 풀사료는 생산성과 품질, 활용성을 모두 갖춘 안정적인 사료 자원으로 더욱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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