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 15년새 두 배…‘열돔 광주’ 날로 심화
열섬 대응 보고서…분지 지형에 아파트 고밀집 바람길 막혀
폭염 관리 예산 2218억원…‘시원한 도시, 광주’ 4대 전략 제시
2026년 07월 29일(수) 20:45
연일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29일 전남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 일대가 열화상 카메라에 붉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포착되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쬔 광장 바닥 표면 온도가 무려 52.7도까지 치솟아 숨 막히는 폭염의 위세를 실감케 한다. 반면 광장 중앙의 분수대는 물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짙은 푸른색을 띠며 주변의 붉은 열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남광주시가 거대한 ‘극한 찜통’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등산과 어등산 등이 대기 흐름을 막는 전형적인 동고서저형 분지 지형에 고밀도 아파트 단지가 거대한 콘크리트 숲을 이루면서, 도심 열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열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7면>
전남광주시가 발주하고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이 용역을 수행한 ‘광주시 폭염·도시열섬현상 대응 기본계획(2026~2030)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의 여름철 폭염일수는 2010년 9일에서 2025년 25일로 16일 늘었다. 같은 기간 열대야일수는 12일에서 26.5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평균체감온도도 31.5도에서 33.3도로 1.8도 상승했다. 2024년에는 열대야가 29.1일, 평균체감온도가 33.5도로 분석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은 시민 삶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열질환자는 2022년 20명에서 2023년 64명, 2024년 70명, 2025년 7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치구별로는 광산구가 27명으로 전체의 37.5%를 차지했고 서구 20명, 북구 11명, 남구 9명, 동구 5명 순이었다. 산업단지와 물류시설, 도농복합지역인 광산구의 공간·노동 특성을 고려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시민 600명과 취약계층 300명, 옥외근로자 100명 등 모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3%가 폭염으로 인해 피로감이나 수면 부족 등 건강 이상의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옥외근로자의 경험률은 76%로 비옥외근로자 59.7%보다 16.3%포인트 높았다. 주요 증상은 과도한 땀 흘림 70.8%, 피로감 69%, 집중력 저하 44.6%, 불면증·수면 부족 44.3%였다.
실제 시민들이 이용하는 전체 2619개 정류장 중 가장 폭염 위험 5등급에 해당하는 곳이 무려 317개에 달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뙤약볕과 복사열에 무방비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급증하는 폭염 관리비용도 재정구조가 취약한 전남광주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고서가 추산한 총소요예산은 2218억7700만원으로, 분야 별로는 취약계층 보호가 1455억4500만원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했다.
미래 기후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 화석연료 사용이 지속되는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를 적용할 경우, 21세기 후반인 2081년에서 2100년 사이 광주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현재 21.4일에서 무려 118.1일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열대야 일수 역시 현재 11.2일에서 90.8일로 급증하며, 일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여름일수’는 현재 139.2일에서 209.4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광주지역 폭염과 도시열섬 현상이 유독 맹위를 떨치는 핵심 원인으로는 지형적 한계와 고밀 개발 중심 도시계획 특성이 지목된다.
광주지역은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7.8%(2023년 통계청 기준)에 달해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대규모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포장면이 태양 복사열을 흠뻑 흡수한 뒤 밤새 열기를 내뿜고, 아파트 단지가 도심 바람길을 막으면서 거대한 열섬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 열기가 정체되고 야간 냉각이 더뎌지는 악순환도 거듭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시원한 도시, 광주’를 비전으로 4대 전략을 제안했다.
무등산·하천·공원·가로녹지를 연결하는 블루그린 냉각축 조성과 열섬완화숲 확충, 노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그늘막·쿨링포그 확대 등이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구도심의 노후 주거지와 신도심의 고밀도 단지 등 생활권 유형별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며, 도심 내부로 신선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천과 공원을 잇는 녹지축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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