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지는 농민들…법도 쉼터도 ‘그림의 떡’
논·밭 온열질환 5년새 3배 급증…작업중지·산재 보호 효과 미비
자영농·고령농 등 농작업 특성 맞춤형 폭염 대응책 마련해야
2026년 08월 23일(일) 16:55
/클립아트코리아
기후변화로 장기간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촌 현장의 온열질환자 발생이 5년 새 3~4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드론 예찰과 쿨링조끼 보급 등 다양한 온열질환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영농 비중이 높은 농가 구조와 농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현장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농촌 주민을 위한 폭염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320명, 추정 사망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이는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온열질환 감시 기간인 5월 15일~9월 25일까지 추정된 온열질환 사망자 수(29명)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폭염일수 역시 지난 10일 기준 16.9일로, 정부가 올해 신설한 단계별 폭염특보에서도 최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일부 지역에서 발령되기도 했다.
온열질환은 고령화율이 높고 야외 작업이 많은 농촌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전체 온열질환자 중 1798명(40.3%)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또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021년 177명에서 2025년 595명으로 5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역시 지난 9일 기준 고령자 온열질환자는 441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전국 91개 시·군의 고령 농업인 등 10만여 농가에 대해 예찰과 함께 예방요원을 배치하고 드론·차량을 동원한 현장 계도, 쿨링조끼 3만 벌 공급, 다국어 안전수칙 배포 등 온열질환 대응을 강화했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정부의 단계별 폭염특보를 통한 농작업 자제·중지 권고 등 일부 대책은 현장 실효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작업은 기온과 관계없이 관수와 방제, 수확 등 농작물의 생육 적기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정 기온 이상일 때 권고하는 사항들이 이 같은 농작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농민의 경우 자영농 비중이 높은 만큼, 사업주가 33도 이상에서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제공해야 하는 등 보건조치를 강제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영농의 경우 단독 작업이 많아 온열질환 발생 시 응급 구조가 늦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밖에 정부가 구축한 기온 중심의 특보 발효 체계가 직사광선과 복사열이 심한 논·밭과 비닐하우스의 실제 위험도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점, 농촌으로부터 무더위쉼터의 거리적 접근성 부족 등도 농민들의 온열질환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김수린 KREI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농촌 맞춤형 폭염 및 온열질환 대응책으로 ‘일본의 의복사열을 반영한 습구흑구온도(WBGT) 기반의 위험 정보 및 구체적 작업 기준 제공’, ‘드론·마을방송 등 현장 밀착형 전달체계 강화’, ‘고용 농가의 온열질환 예방대책 수립 권고’, ‘이동형 무더위쉼터 등 접근성 제고’, ‘지역 민·관 네트워크를 활용한 예찰 확대’ 등을 제시했다.
/장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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