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DRAM ETF’ 10일만에 1조 뭉칫돈
운용업계, 채권혼합형으로 연금 자금도 흡수
홍콩선 레버리지 수요 확인…국내 출시 임박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투자 흐름이 해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생성형AI]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투자 흐름이 해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ETF가 이례적인 속도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고, 홍콩에서는 이미 양사를 중심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 수요가 확인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단일 종목 기반 레버리지 ETF 도입이 임박하면서 ‘삼전닉스'가 개별 종목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 테마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 미국서 확인된 ‘삼전닉스 효과’…이례적 자금 유입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테마 ETF ‘라운드힐 메모리(티커 DRAM)’는 출시 이후 불과 10일 만에 10억 달러(약 1조 4785억 원)를 넘어서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 집계 기준으로도 이달 21일까지 순유입액은 11억 1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소형 운용사인 라운드힐이 별도의 대형 투자자 유치나 대규모 마케팅 없이 출시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다.
데이브 마자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말해서 10일 만에 이렇게 급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예상 밖 흥행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DRAM ETF는 삼성전자 약 25%, SK하이닉스 약 24%, 마이크론 약 24% 등 상위 3개 종목에 자산의 75% 이상을 집중하는 구조다. 글로벌 메모리 업황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삼전닉스’ 중심으로 압축해 반영하는 상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국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 5762억 원, 영업이익 37조 610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원 수준으로 컨센서스를 약 40%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한 4월 이후 코스피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월초 대비 22%(약 142조 원) 상향됐다"면서 "이는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145조 원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반도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종이 코스피 선행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투자 흐름이 해외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생성형AI]
■ ‘삼전닉스' ETF 줄줄이…韓 운용사 경쟁 가열
국내 ETF 시장 역시 두 종목을 중심으로 상품 구조를 재설계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권혼합형 ETF다.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는 출시 약 두 달 만에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최대한 투자하면서도 채권 이자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가 투자자 요구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편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자금 유입을 자극했다. 주식 비중이 높은 ETF는 통상 70%까지만 담을 수 있지만, 채권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 채권혼합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도 유사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미반도체까지 3개 종목에 약 75%를 집중 투자하는 ETF를 선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분산’보다 ‘집중’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음 달부터는 단일 종목 기반 ETF가 허용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 상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지=생성형AI]
■ 내달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출격… 홍콩서 증명
다음 달부터는 단일 종목 기반 ETF가 허용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 상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관련 시행령은 오는 28일 공포·시행되며, 증권신고와 상장 심사를 거쳐 빠르면 다음달 22일부터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기초자산 요건은 시가총액 비중, 거래량, 신용등급, 파생상품 유동성 등으로 제한되는데, 현재 기준을 충족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사실상 삼전닉스 전용 ETF가 먼저 등장하는 구조다.
양사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는 이미 홍콩 시장에서 확인된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CSOP자산운용이 상장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보관금액은 약 9605만 달러,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는 약 6936만 달러 수준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 기대, 실적 모멘텀에 연계된 거래 수요가 우선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미국처럼 상품군이 빠르게 다변화되기 위해서는 허용 종목 확대와 개별주식 옵션시장 유동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전닉스를 묶은 상품들이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으며 글로벌 ETF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다만 업황 기대가 빠르게 반영된 만큼, 향후 흐름은 실적 지속성과 변동성 관리에 좌우될 전망이다.
오늘경제 안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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