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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괄임금제, 없애는 것이 능사일까?

연구개발, 설계, 편집, 창작, 데이터 처리, AI 기반 업무처럼 일을 한 시간의 길이보다는 성과와 집중도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근로시간 관리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 물론 이런 영역에서도 원칙적으로는...

포괄임금제, 없애는 것이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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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6-03-30 09:00:00

수정 : 2026-03-30 09:08:41

포괄임금제, 없애는 것이 능사일까?

2026-03-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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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없애는 것이 능사일까?

[2026년 4월호 vol.0]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포괄임금제는 우리 노동법 현실에서 참 오랫동안 논쟁적인 주제로 남아 있다. 포괄임금제라는 말만 나오면 흔히 '공짜 야근'이나 '편법적 임금지급'부터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실무에서 그러한 남용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문제를 단지 선악의 구도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포괄임금 법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편법이 아니라, 일정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현실을 반영한 판례를 통해 형성된 법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폐지 구호가 아니라, 포괄임금제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지금의 법체계 속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규율돼야 하는지를 차분히 따져보는 일이다.

포괄임금제란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각종 법정수당을 다른 임금 항목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지급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본래의 통상임금 액수를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제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으로 정하는 정액급제와, 통상임금을 정한 뒤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는 정액수당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일정 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정액으로 지급하는 고정연장근로수당제(소위 '고정OT제')까지 함께 문제된다.

그런데 포괄임금제와 고정연장근로수당제는 같은 제도가 아니다. 포괄임금제 합의가 유효하다면 근로자가 실제로 더 많은 연장근로를 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차액을 다시 계산해 지급할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포괄임금제 합의가 유효하지 않거나 실질상 고정연장근로수당제로 봐야 하는 경우에는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명칭이 아니라 그 약정이 정말 포괄임금제인지, 그리고 정산의무가 남는 구조인지 아닌지에 있다.

포괄임금제에 관한 판례는 1980년대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시간과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근로자의 승낙 아래 일정액의 수당을 미리 합산해 지급하는 계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춰 정당하다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늘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느슨한 결론이다. 그러나 그 배경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근로시간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그에 따라 가산임금을 정확히 계산하는 방식이 아직 산업현장에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장시간 노동과 정액급 임금체계가 널리 자리 잡고 있었고, 법이 정한 기준과 현장의 운영 방식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했다. 그런 의미에서 포괄임금제는 이상적인 제도라기보다 법과 현실 사이의 틈새에서 판례가 예외적으로 승인한 임금계약 방식이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러나 판례가 포괄임금제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해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허용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조였다. 근로자 승낙의 존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비춰 불이익이 없을 것, 제반 사정에 비춰 정당할 것이라는 요소가 강조됐고, 특히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이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부각됐다. 이 흐름 속에서 2010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8다6052)은 포괄임금제 법리의 뚜렷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판결은 감시ㆍ단속적 근로처럼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시간 수와 무관하게 정액의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 합의에 따라 포함된 것으로 간주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그 미달 부분은 무효이고 사용자는 이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비교적 넓게 인정해 오던 과거의 태도를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한 매우 중요한 판단이었다.

이러한 판례 변화의 방향성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과 가산임금 규정의 규범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더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쟁점이 있다. 199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간주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가 명시적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시간제가 입법된 이후에도, 과연 포괄임금제와 고정연장근로수당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판례 법리가 유지돼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8조는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를 법률로 직접 포섭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는 그 법정 제도를 우선 적용하고, 포괄임금제는 그 제도로 포섭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서만 보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포괄임금제는 법률이 직접 규정한 제도가 아니라 임금 구성항목과 지급 방법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특약 유효성을 긍정한 판례 법리에 불과하다.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에 미달할 수는 없고, 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라면 본래 간주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시간제를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는 입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률은 원칙을 세워야 하지만, 현실의 복잡성까지 지워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노동하는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 전환, 원격근무, 프로젝트형 업무의 확산은 근로시간 그 자체의 측정과 확정을 어렵게 만든다. 연구개발, 설계, 편집, 창작, 데이터 처리, AI 기반 업무처럼 일을 한 시간의 길이보다는 성과와 집중도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근로시간 관리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 물론 이런 영역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58조의 제도를 먼저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령상 대상업무의 한계나 신종ㆍ혼합형 직무의 등장으로 인해 법정 제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생길 여지도 있다.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예외적 상황에서 포괄임금제의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법일 수 있다.

특히 고정연장근로수당제는 포괄임금제와 분명히 구별해서 봐야 한다. 고정연장근로수당제는 일정 시간분의 연장ㆍ휴일근로수당을 고정액으로 선지급하되, 실제 근로시간과의 차이를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기서 핵심은 허용 여부 자체라기보다 정산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느냐에 있다. 사용자가 정산을 하지 않거나 실제보다 적은 시간을 기준으로 고정액을 설계해 차액 지급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록과 정산이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일정한 변동성이 있는 업무에서 임금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급여 운영을 안정화하는 기능도 인정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는 포괄임금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려는 여러 입법안이 제출되고 있다. 그 문제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근로시간과 무관한 정액지급 관행이 장시간 노동과 공짜 야근을 구조화하고, 결국 근로기준법상 가산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해친다는 비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법이 곧바로 전면 금지여야 하는지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현행법과 판례는 이미 적지 않은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포괄임금 합의의 성립요건은 엄격하게 심사되고 항목별로 분화된 판단이 이루어지며,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무효가 된다. 고정연장근로수당제 역시 정산과 기록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법 위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한 명칭의 제도를 일괄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근로기준법 제58조를 정당하게 적용하고 엄격한 근로감독과 정확한 법 적용을 통해 남용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일일 것이다. 사용자의 정산의무, 정보공개의무, 표준계약서 보급 등이 오히려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더 나은 방향일 수 있다.

결국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진짜 쟁점은 유지냐 폐지냐의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그것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범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동시에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 안에 담아낼 것인가의 문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규율의 제도적 유연성이 지금보다 부족하던 시기에 형성된 예외적 임금지급 및 합의에 관한 법리였고, 오늘날에는 원칙적 제도일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바람직한 법적 규율 방법은 무조건적인 금지보다 더 정교한 해법 마련이어야 한다. 간주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 등 법정 제도를 우선 적용하되, 예외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정산과 기록의무는 한층 강화하는 것. 아마도 그것이 원칙과 현실을 함께 놓치지 않는 길일 것이다.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단순히 폐지를 외치는 구호 단계를 넘어, 어떤 조건 아래에서 무엇을 허용하고 어디에서 단호히 금지할 것인가를 더 섬세하게 묻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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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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