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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폐업 가게는 청년점포로 고택은 호텔로…외국인 숙박객 3년새 15배 늘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진구역 앞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역무원만 15명가량 근무했고 역 앞에는 식당과 술집·옷가게·과일가게·여관이 줄지어 있었다. 해마다 7월 칠석축제(다나바타 마쓰리)가 열리면 주민과 관광객으로 거리가 북적였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오쿠보의 빈집이 개조된 공유오피스에서 후지사키 마리코(왼쪽) 씨가 하치만 히데키 이푸 대표에게 마을을 변화시켜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리시마=정혜진기자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진구역 앞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역무원만 15명가량 근무했고 역 앞에는 식당과 술집·옷가게·과일가게·여관이 줄지어 있었다. 해마다 7월 칠석축제(다나바타 마쓰리)가 열리면 주민과 관광객으로 거리가 북적였다. 결혼과 함께 기리시마오쿠보로 이주해 60년 넘게 살아온 후지사키 마리코(81) 씨는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칠석축제가 크게 열릴 정도로 번화한 마을이었다”고 회상했다.

30여 년이 지나자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리시마 지구 인구는 8000명대에서 4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주민 70%가 65세 이상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도시로 떠났고 역 앞 상점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관광객도 열차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를 타고 기리시마 신궁에 들렀다가 곧장 떠났다. 마을은 ‘통과 지점’일 뿐이었다.

반전은 민간 철도기업 JR규슈가 무인역과 차량기지, 유휴 부지를 민간에 개방하는 ‘드림 스테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기리시마진구역도 공모 대상에 올랐고 40여 개 기업을 제친 로컬 디벨로퍼 이푸(IFOO)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푸는 무인역을 관광객이 머무는 플랫폼으로 바꾸고 주변 빈집과 점포, 숲, 지역 식재료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재생 모델을 설계했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 기리시마오쿠보에서 고급 분산형 호텔 ‘가산’ 네 채가 10월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기리시마=정혜진 기자

역 앞 오니기리 가게가 대표적이다. 80대 노부부가 은퇴를 결심하며 폐업을 하고자 했지만 이푸는 점포를 인수해 600만 엔(약 56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이후 직접 운영하며 사업성을 검증했고 은행과 협력해 새 운영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했다. 지금은 40대 점주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점포주는 임대료를 받고, 새 운영자는 검증된 상권에서 창업하며, 이푸는 회수한 자금을 다음 빈집과 점포 재생에 투입했다.

빈집도 같은 방식으로 활용했다. 후지사키 씨 남편이 어린 시절 살았던 70년 된 고택은 현재 5개 객실의 고급 분산형 호텔 ‘가산’으로 바뀌었다. 대규모 증축 대신 지역의 모습을 살린 소규모 숙박시설을 택했다.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 ‘메구이’와 공유오피스·사우나도 문을 열었다. 현재 숙소 4곳이 추가 공사 중이다. 이푸가 확보해 개조하고 있는 빈집과 빈 점포는 20여 채로 앞으로 30여 채를 더 확보해 마을 전체를 체류형 관광지로 연결할 계획이다.

핵심은 관광객의 동선을 바꾼 데 있다. 신궁으로 향하던 관광객이 역에서 멈춰 카페와 편집숍을 둘러보고 골목으로 나가 빵집과 숙소를 찾도록 했다. 신궁에 무인역과 빈집·식당·숙박을 연결해 ‘당일 방문지’를 하룻밤 자야 하는 곳으로 바꿨다. 베이커리 ‘오카라’를 운영하는 기다 료코 씨는 “예전에는 주말 손님도 주민 열댓 명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하루 100명 넘게 찾아 빵이 다 팔리는 날도 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리시마 지역의 외국인 숙박객은 2022년 447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 진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역 앞의 오니기리 가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이푸

주민들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집을 사들여 이익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컸다. 하치만 히데키 이푸 대표는 “은퇴한 뒤 돌아올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폐업하려던 가게가 다시 문을 열고 젊은 운영자와 일자리가 생기자 주민들은 빈집을 단순히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환원’하는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역 자원인 삼나무도 재생의 축이 됐다. 방치되던 숲의 삼나무를 자체 제재소에서 가공하고 계열 건축회사를 통해 목조주택과 분산형 호텔을 지었다. 이후 숙박과 식음료 운영까지 직접 맡았다. 숲에서 나온 자원이 건축과 관광으로 이어져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행정은 민간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뒤에서 지원했다. 야마모토 슈이치 기리시마시 상공관광부 관광PR과장은 “새 상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고용 창출과 빈집 활용, 교류 인구 확대가 동시에 일어났다”며 “행정은 정보 발신과 관계기관 조정에 집중하고 관광상품 개발과 수익 사업은 민간이 맡도록 역할을 나눈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기리시마의 변화는 새 건물을 짓는 것으로만 지역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의 무인역을 살리자 관광객 동선이 바뀌었고 방치됐던 빈집을 숙박시설로 바꾸자 식당과 빵집이 살아났다. 숲도 자원이 됐다. 하치만 대표는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경제가 계속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오쿠보의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기다 료코 씨가 손님을 맞이하며 웃고 있다. 기리시마=정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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