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폐광-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7. 석탄도시의 대전환

이를 위해 정선형 AI·STEAM 기반 창의융합교육을 도입하고, 대학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인재 채용을 강화하는 등 교육과 일자리, 정주를 하나의...

[폐광-위기에서 기회를 찾다] 7. 석탄도시의 대전환

태백은 '바람' 정선은 '우주' 새 옷 입는 탄광 첨단산업

주민 참여형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바람연금 실현 연 수익률 10~11% 수준

이용률 30% 국내 육상풍력 평균 상회

풍력발전소 9곳 태백 집중 개발 최적지

국내 최고심도 지하실험 정선 예미랩

IBS 중심 암흑물질·중성미자 연구 진행

첨단 과학 인프라 새로운 가능성 모색

생존 전략 '교육'…지방 소멸 대응 나서

▲ 지하 1000m 지하 예미랩으로 향하는 진입로 모습

석탄산업 쇠퇴로 위기를 맞은 강원 석탄산업전환지역이 '에너지'와 '과학·교육'을 축으로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태백은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도시로, 정선은 지하 연구시설과 미래교육을 기반으로 한 과학도시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태백은 풍부한 바람 자원과 높은 발전 효율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선은 폐광 갱도를 활용한 지하 연구시설 '예미랩'을 중심으로 암흑물질 등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인재 중심 지역 재생에 나서고 있다. 서로 다른 전략이지만, 두 도시는 석탄 이후의 생존 해법을 스스로 모색하며 폐광지역 전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  기초과학연구원은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에서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힐 지하 연구시설인 예미랩 준공식을 개최했다.

■ 태백은 바람을 캐는 도시…신재생에너지로 산업전환 가속

태백시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과거 석탄을 캐던 도시에서 이제는 바람을 수확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공급을 목표로 태양광·풍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태백은 '바람'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 수익을 지역과 공유하는 '이익 공유 모델'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국내 최초의 주민 참여형 육상풍력 단지로, 에너지 정책 전환의 상징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 매봉산 바람의 언덕· 풍력발전단지·고랭지채소단지 전경

해발 1078m 고지에 조성된 가덕산 풍력단지는 1·2단계를 합쳐 총 64.2MW 규모로 운영 중이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주민 참여를 전제로 설계돼 481명의 지역 주민이 총 77억원을 투자했다. 주민들은 발전소 채권에 투자하고 20년간 분기별 이자를 받는 구조로, 사실상 '바람 연금'을 실현하고 있다. 연 수익률은 10~11% 수준으로 시중 금리를 크게 웃돌며 주민 체감 효과를 높이고 있다.

발전 효율도 뛰어나다. 가덕산 풍력단지는 약 30%의 이용률을 기록하며 국내 육상풍력 평균(22.5%)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풍부한 바람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입지 경쟁력이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태백은 신재생에너지 중심 도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재 강원도 내 풍력발전소 33곳 중 9곳이 태백에 집중돼 있으며, 설비 용량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다.

▲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전경

정부 역시 육상풍력 보급을 현재 2.0GW에서 2030년 6.0GW, 2035년 12.0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고지대가 많은 태백은 풍력발전에 최적지로 꼽히며 추가 개발 가능성도 크다.

특히 주민 참여형 모델 확산은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정 비율 이상 주민이 투자에 참여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부여되고, 이에 따른 추가 수익이 다시 주민에게 환원되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햇빛·바람 연금' 역시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태백처럼 풍력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에너지 배당 모델이 확산될 경우, 폐광지역의 구조 전환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2022년 10월 5일 정선에서 우주의 기원을 찾기 위한 지하 연구 시설 '예미랩'을 준공했다.

■ 정선의 땅속이 바뀐다…광부의 일터에서 미래교육 실험실로

한때 광부들의 삶이 이어지던 정선의 깊은 땅속이 이제는 과학과 교육의 공간으로 다시 숨 쉬고 있다. 석탄을 캐던 작업장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미래를 탐색하는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됐다. 정선 예미산 지하 1000m. 이곳에는 국내 최고 심도의 지하 연구시설인 '예미랩'이 들어섰다. 약 3000㎡ 규모의 공간은 더 이상 광부들의 일터가 아닌, 우주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학자들의 연구 현장이다.

예미랩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중심으로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하 깊숙한 공간은 외부 방사선을 차단하는 자연 방패 역할을 하며,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야 하는 기초과학 연구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과거 석탄을 캐던 공간이 이제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거점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하지만 예미랩의 의미는 단순한 연구시설을 넘어선다. 폐광 이후 위축됐던 지역이 첨단 과학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선군은 이러한 변화를 기반으로 지역의 생존 전략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된 정선은 '온(溫)마을 아라리형 미래교육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지방소멸 대응에 나섰다. 단순한 교육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정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정선교육지원청(교육장 이하준)은 2025년 9월 16일 청소년 자치 배움터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지역 내 기초과학연구원 예미랩을 방문, 첨단 기초과학 연구 현장 탐방을 실시했다.

이를 위해 정선형 AI·STEAM 기반 창의융합교육을 도입하고, 대학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인재 채용을 강화하는 등 교육과 일자리, 정주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결국 정선이 주목하는 것은 '사람'이다. 석탄산업이 사라진 이후 지역을 지탱할 새로운 동력은 산업이 아닌 인재라는 판단이다.

예미랩과 같은 과학 인프라는 그 출발점이자 촉매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지역에 머물고, 다시 지역의 성장을 이끄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광부의 땅에서 과학의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교육의 기반으로. 정선은 폐광 이후의 도시가 살아남는 방식을 스스로 실험하고 있다.

심예섭·이정호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