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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편집인칼럼] 신기루로 끝날 초가삼간(비산유국)의 기름값 잡기

또 원유 정제과정에서 병산 되는 나프타를 석유화학 공장에 넘겨져 생산된 수천여 제품은 농업, 수산업 등 1차산업은 물론, 식음료, 건설, 의료, 보건, 자동차, 반도체 등 전산업의 근간이 된다. 사실상 현재 기술로...

[편집인칼럼] 신기루로 끝날 초가삼간(비산유국)의 기름값 잡기

[뉴시안= 최정엽 편집국장]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원유는 유조선(VLCC. 선적량 200만 배럴)에 실려와 각 정유사 야드 탱크에 보관 후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된 난방·수송용 연료는 각 정유사 폴과 알뜰주유소 등을 통해 공급된다. 또 원유 정제과정에서 병산 되는 나프타를 석유화학 공장에 넘겨져 생산된 수천여 제품은 농업, 수산업 등 1차산업은 물론, 식음료, 건설, 의료, 보건, 자동차, 반도체 등 전산업의 근간이 된다. 사실상 현재 기술로 인간은 석유를 벗어나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기름값이 오르니,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는 가장 쉬운 '시장개입'을 선택했다. 정부 개입은 초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듯했다. 하지만 '덤핑' 논란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으며 시장을 교란 시키고 있다. 정부 행정력 집중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공정위는 물론, 국세청, 검찰까지 움직이게 했다. 한낱 보잘것없는 일개 동네 주유소에 국세청(각 지방 세무서) 직원이 찾아와 공문 한 장 내보이며 그동안 판매량, 판매가격, 재고량 등 모든 자료를 통째 털어갔다고 한다. 대기업 총수의 비위 사건 때 뉴스를 통해 접했던 압수수색 같은 풍경을 경험한 주유소 사장은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푸념한다. 공급망 중 한 곳이 위험해진 셈이다.

'산유국-정유사-주유소'로 이어지는 공급망 중 한 곳이 붕괴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먼저 공급망 최상단에 위치한 산유국을 살펴보면,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이 지역에 위치한 산유국들은 '비명'이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북해, 중국, 인도네시아, 북미, 남미 등 타 지역 산유국들은 '횡재'다. 중동 전쟁은 이들에게 천문학적인 부를 가져다준다. 현재 부르는 게 값이니 꽃놀이패다.

두 번째 공급망인 정유사를 살펴보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산유국 탓을 할 수 없는 비산유국 초가삼간 대한민국 정부의 첫 번째 타겟이 된다. 밖으로는 가격 폭등과 원료 공급망 차단으로 어려운데, 국내 공급 가격은 정부 고시 '최고가'를 넘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안과 밖 모두 근심과 환난이 끊이지 않는'내우외환' 상태다.

세 번째 공급망인 주유소 역시 난리다. 통상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 공급 가격에 ℓ당 100원(휘발유 기준) 정도 붙이면 본전이다. 현재 정부의 2차 최고가격이 1934원이니 최소 2034원에 팔아야 겨우 유지가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 강남, 여의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국세청 등 정부 눈치 보느라 1800~1900원대에서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실제 주유소 사장이 공개한 주유소 수익을 살펴보면, 정부 최고가에 100원을 붙여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부가세 9원, 카드수수료 30원. 결국 61원이 마진이 된다. 20억 넘게 투자한 인천 소재 한 주유소의 경우 하루 약 50드럼(10000ℓ)을 판매하는 만큼 손에 쥐는 이익은 61만원이 된다. 한 달 30일 기준 1830만원 수익 중 2명 인건비 약 550만원, 식대, 전기사용료, 수도 등 약 150만원, 사장 포함 직원 4대 보험 약 150만원 등 최소 경비만 850만원이다. 여기에 약 10억원 수준의 은행 대출 이자는 별도다. 남을 게 없어 보인다.

2차 최고가 기준 자영주유소의 휘발유 적정가격은 ℓ당 2050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직영주유소의 경우 정부 최고가 1934원이 아닌 1700원 후반에 팔고 있다. 사실상 자사 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대표적 시장 교란 행위인 '덤핑'이 정부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차 최고가격이 휘발유 기준 210원 상향된 이후에도 정부가 정유사 판매가 인상을 제한하면서 직영주유소 판매가격(소매가)이 자영주유소가 공급받는 가격(도매가) 보다도 저렴한 기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주유소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직영주유소는 평소 대비 3배 이상으로 판매가 되면서 주유원 불만도 터져 나온다. 직영주유소로 차량이 몰리다 보니 공급물량이 직영주유소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자영주유소는 물량도 못 받는다고 또 불만이다. 직영주유소에서 팔수록 손해임에도 직영주유소의 판매 차질은 곧 수급 차질 시그널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정유사는 손실은 손실대로 감수하면서 자영주유소 불만까지 떠안는 형국이다.

정부가 전쟁 추경을 이유로 천문학적인 지원금도 논란이다. 제방이 무너지려는 데 마을 이장은 떡 돌리느라 바쁜 형국이다. 에너지 주무 부처 장관은 이 시국에 미국, 중동 등 석유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골목상권으로 전락한 주유소 단속에 나선다.

이란 전쟁 한방으로 대한민국의 '천수답'식 에너지정책의 민낯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퍽퍽해질 국민의 살림 개선을 위해 나선 정부의 기름값 개입의 부메랑이 '덤핑'과 '공급망 붕괴'로 되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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