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으로 언론사 ‘제로 클릭’ 위기
대통령 말한 ‘분명한 한계 설정’ 시급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그래도 숫자는 중요하다.
지난해 김장하 선생을 소개한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쓴 김주완 선배를 영상 인터뷰했다. 개인적으로 첫 편집국장이었던 대선배와 인터뷰이기에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책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중요한 장면마다 페이지와 분초를 메모했고, 숨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질문을 설계했다. 2시간 가까이 나눈 대화를 10분 내외로 짜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김장하 선생, 그 장학생인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을 향한 큰 관심에다 김주완 선배가 풀어놓은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더해져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영상을 공개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어느날, 후배가 보내준 URL을 눌러보고는 맥이 탁 풀렸다. 한 채널에서 영상을 무단으로 가져가 마음대로 편집해놓고선 한쪽 구석에 ‘출처: 경남도민일보’라고 써놨다.
당시 무단 영상 조회수는 180만 회였는데 현재는 254만 회다. 경남도민일보 원본 조회수 6배가 넘는다. 문득 머릿속에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죽 쒀서 개 준다.’
죽 쒀서 개 준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했다. 하지만 법과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탓에 뉴스저작권을 ‘퍼가요~♡’와 맞바꾸던 시절이 있었다.
개별 매체가 거대 흐름에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언론사들은 권리를 되찾고자 하나로 뭉치기에 이르렀다. 언론진흥재단에 뉴스저작권 신탁을 맡긴 지 20년이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뉴스저작권 운영위원회 회의에
신탁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참가자 사이에서는 단연 뉴스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두였다.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검색창에 질문하면 기사 원문을 학습해 요약·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어느 언론에서 보도한 뉴스인지 알 필요가 없다.
AI 활용이 늘수록,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언론사와 독자는 필연적으로 멀어진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인공지능(AI) 검색시대 뉴스 유통 전략 연구>를 보면 ‘네이버가 AI 브리핑 서비스를 도입하고, ChatGPT와 Perplexity 등 글로벌 AI 검색 서비스의 이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국에서도 2~3년 내에 제로 클릭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조회수는 대다수 언론사 수익과 직결된다. ‘제로 클릭’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비단 수익만의 문제도 아니다. 조회수 ‘0’, 아무도 보지 않는 기사를 쓰고 싶은 기자는 없을 테다.
언론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그 공익적 가치를 보더라도 더는 각 기업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서 AI 저작권 침해 문제를 두고 “창작자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한 한계 설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분명한 한계 설정’은 아직이다. 생성형 AI로 또다시 뉴스저작권이 위협받는 지금, 정치권이든 정책당국이든 그 한계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설 때다.
/김해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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