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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패션 1번지' 충장로의 씁쓸한 변신…인형뽑기방 점령 '속사정'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핵심 상권인 충장우체국 건물에 가챠샵이 입점해 있다. 과거 패션·의류 매장이 밀집했던 충장로에는 최근 가챠·뽑기 관련 매장이 수십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핵심 상권인 충장우체국 건물에 가챠샵이 입점해 있다. 과거 패션·의류 매장이 밀집했던 충장로에는 최근 가챠·뽑기 관련 매장이 수십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광주의 ‘패션 1번지’로 불렸던 충장로가 인형뽑기방과 가챠샵 등 사행성 뽑기 업종에 점령당하고 있다.

20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과거 의류 브랜드가 자리 잡았던 주요 점포 곳곳에서 인형뽑기 기계와 캐릭터 상품이 눈에 띄었다. 충장우체국과 영화관 주변 등 핵심 상권에도 대형 뽑기 매장이 들어섰다.

충장상인회 등에 따르면 최근 충장로 일대 가챠·뽑기 관련 매장은 40여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에도 대형 가챠샵 2곳이 새로 문을 연 반면 패션 매장 신규 입점은 드문 상황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인형뿐 아니라 십수만원대 스포츠 유니폼과 전자제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청소년 이용도 적지 않아 반복 결제에 따른 과몰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충장로를 대표했던 여인천하·남인천하·엠플레이그라운드 1호점 등 대형 의류점은 사라졌고 소규모 의류·잡화점도 줄었다. 온라인 소비 확대와 신도심으로의 소비 이동, 고정비 부담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일원에 가챠샵이 입점해 있다. 과거 패션·의류 매장이 밀집했던 충장로에는 최근 가챠·뽑기 관련 매장이 수십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패션 빠지고 뽑기 늘고…공실률 27.28%

침체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광주 동구 ‘2025 충장 상권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권활성화구역 내 임대 가능한 매장 2155곳 가운데 588곳이 비어 공실률은 27.28%였다.

월평균 4대 소비 분야 매출은 2022년 27억6275만원에서 2024년 23억4026만원으로 15.29% 줄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유동인구도 97만7651명에서 94만1733명으로 3.6% 감소했다.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를 크게 낮춘 곳도 있다. 충장로 3·4가 일부 점포는 과거의 3분의 1 수준, 1·2가는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패션·소매업 신규 입점은 제한적이다.

뽑기방과 가챠샵은 비교적 적은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고 넓은 점포도 활용할 수 있어 장기 공실이 많은 구도심에서 신규 임차 수요로 자리 잡고 있다.

충장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정모씨는 “요즘에는 매장에서 옷을 입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패션 매장이 버티기 어려워졌고 건물주들도 결국 뽑기방 등 들어오려는 업종에 점포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 일원에 가챠샵이 입점해 있다. 과거 패션·의류 매장이 밀집했던 충장로에는 최근 가챠·뽑기 관련 매장이 수십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료 내려도 빈 점포…노후 상권 재생 과제

노후 건물도 문제다. 충장로에는 지어진 지 40~50년 된 건물이 적지 않지만 임대수익이 줄면서 재건축이나 대규모 리모델링에 나설 유인이 낮아졌다. 과거에는 높은 권리금과 임차 수요로 건물을 비우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사라져도 낮은 임대수익 탓에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변화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옛 와이즈파크를 재단장한 몽키터미널에는 회전식 훠궈 전문점과 대형 오락공간이 들어서 젊은 층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인근에는 스포츠 브랜드 입점 계약도 이뤄졌다.

상인들은 뽑기방 증가를 상권 침체의 원인이라기보다 장기 공실이 만든 결과로 보고 있다. 빈 점포를 채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후 건물 개선과 업종 다양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순기 충장로1·2·3가상인회 고문은 “공실을 계속 비워둘 수 없어 건물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구도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업종이 지나치게 늘면 상권의 구색이 무너질 수 있다”며 “충장로도 노후 건물과 공실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재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지역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충장로는 단순히 빈 점포를 채우는 방식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며 “거리형 상권의 특성을 살리면서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는 업종을 유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별 건물 단위를 넘어 거리 전체를 묶는 리모델링 지원 등 장기 공실과 노후 건물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재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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