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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팔아도 살아도 세금폭탄…“매물 잠김에 전월세난 심화 우려”

정부가 3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대신 유예기간을 둬 퇴로를 열어줬지만 시장에서는 ‘집을 사고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팔아도 살아도 세금폭탄…“매물 잠김에 전월세난 심화 우려”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양도세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대신 유예기간을 둬 퇴로를 열어줬지만 시장에서는 ‘집을 사고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팔려면 거래세

부담을 낮춰줘야 하는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올려 ‘팔기도 어렵고 사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거주도 매도도 쉽지 않은 구조로 개편된 부동산 세제로 인해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이 나타나고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4일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세금 부담을 감내할 수 없는 집주인들에게 팔 기회를 줬지만 정작 지금의 시장구조로는 팔 수도 살 수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부담으로 자금 동원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가 힘들고, 세 부담이 늘어나는 다주택자 역시 추가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십억 원 자산을 보유한 ‘현금 부자’

아니면 좋은 부모를 둔 ‘영리치’ 정도만 매수에 나설 수 있다”며

“현 부동산 시장은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에 거래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득세와 양도세가 거래세로 꼽히지만 양도세는 소득세의 개념이 강하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세수 중립적 전환을 통해 주거 이동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줬지만 취득세 완화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금융권의 부동산 전문가는

“거래세 완화가 동반되지 않고 보유세 인상이 이뤄져 임대료 상승과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도 이후 발생하는 양도세와 각종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 동일한 생활권이나 비슷한 수준의 주택으로 다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결국 매도를 압박하는 부동산 세제 정책은 현실적으로는 해당 지역을 떠나거나 주거 수준을 낮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다며 다주택자들에게 매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지만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합산가액’ 중심으로 바꿨다.

정부는 공급 절벽 속에서 다주택자들의 재고 주택 매물을 출회하도록 유도하고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꾀했으나 정부 말만 믿고 주택 매도에 나선 다주택자들은 이제 와서 달라진 정부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기다렸다면 자산을 다른 방식으로 구성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르니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세율보다 예측 가능성인데 부동산처럼 짧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수십 년을 보유하는 자산에 과세 기준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 정부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제와 금융·공급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한 시장은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저 정책 간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던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확대안도 개편안에서 빠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공제 최저한도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높이겠다고 했으나 일반 가구에 적용되는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는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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