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열린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안 8차선 도로에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이우림 기자
“SK하이닉스 다니는 지인은 이번에 15억 짜리 집을 산다고 하던데, 우리도 성과급 체계 개선해야죠. 평택캠퍼스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처음 봅니다. 웅장하네요.”
23일 오후 12시 40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예정된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동료들과 연차를 내고 쟁의에 참석했다는 노동조합원 이모(38)씨가 한 말이다. 정문 앞부터 투쟁조끼와 피켓 등이 준비된 물품 배급소까지 400m가량 이어지는 8차선 도로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급품을 받기위해 밀려드는 인파에 노조 집행부는 “사원증 확인은 생략하고 물품부터 지급하라”는 무전을 전달할 정도였다.
조합원들의 손에는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가 적힌 별 모양 풍선을 나눠줬다. 여타 집회와 달리 2030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현장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보다 당당히 얼굴을 드러낸 이들이 많았고, 땡볕을 피해 인도에 심어진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후 2시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자 무대에 오른 최승호 삼성초기업노조위원장은 “회사는 매년 위기를 말했다. 세계 1위를 바라보는 지금도 방심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고 생산하고 공정을 개선하고 밤을 새워 수율을 높인 건 경영진이 아닌 조합원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달 파업으로 (생산을) 18일을 멈추면 18조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열린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한 노조원이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가 적힌 별 모양 풍선을 들고 있다. 이영근 기자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변화다.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은 45조원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3년 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엔지니어 홍모씨는 “작년에 (성과급이) SK하이닉스와 4배 차이가 났고, 이대로면 올해 더 격차가 심할 것 같아 쟁의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생각보다 많이 모인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30대 엔지니어 심모씨는 “실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경쟁사 대비 성과급이 반도 안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문제”라며 “성과급이 0%였을 때도 회사를 믿고 참았다. 사람한테 투자하는 것도 투자”라고 말했다.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열린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8차선 도로에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이영근 기자
사측은 앞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특별 포상을 통해 OPI 상한선을 넘어서는 보상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결의 대회에는 경찰 추산 3만4000여명, 노조 추산 4만여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집회 한쪽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쟁의 현장을 지켜보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인부 신모(53)는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우리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처지에선 배부른 소리로밖에 안 보인다”며 “협력업체의 노동 조건이나 상생에 대한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이 결국 자기들 돈 더 달라는 얘기만 해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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