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파업 땐 손실 100조 추산"…삼성전자, 비상관리 체제 돌입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글로벌 고객사의 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파업 땐 손실 100조 추산"…삼성전자, 비상관리 체제 돌입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파업이 시작된 이후보다 '파업 이전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삼성전자는 생산량 축소와 공정 조정 등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조공정이 전면 중단될 경우 직간접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파업 참가 신청자는 4만3286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인원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사실상 셧다운 수준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을 갑자기 멈출 수 없는 산업"이라고 설명한다. 웨이퍼 투입부터 공정 안정화까지 초정밀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전 조정 없이 가동이 중단될 경우 품질 문제와 수율 하락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업 1주일 전부터 이른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HBM과 최첨단 선단공정 등 단가가 높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 믹스를 재편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반도체 전문가는 "파업 이전부터 생산량과 품질 관리를 병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의 충격이 단순히 노조가 예고한 18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정은 생산 중단 이전의 사전 예비작업과 파업 종료 이후 재가동·안정화 과정까지 포함하면 실제 차질 기간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18일 파업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 재가동과 정상화에 추가로 2~3주가 더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찰나의 멈춤'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실제 2018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전 사고 당시 28분 가동 중단으로 약 500억 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시간당 약 1071억 원, 하루 기준 약 2조6000억 원 수준이다. 분당 손실액만 10억 원을 웃도는 셈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하루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도 외신 인터뷰에서 "18일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직접 손실만 10조~17조 원 수준에 달할 수 있으며 간접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직접적인 생산 손실보다 더 치명적인 위험으로 '신뢰 붕괴'를 꼽는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글로벌 고객사의 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대신 다른 메모리 공급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수혜 후보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거론된다. CXMT(창신메모리), YMTC(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중국 업체들에 글로벌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점유율 확대를 넘어 중국 반도체 굴기가 가속화되는 구조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파장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 수출과 세수 감소는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의 가동률 하락과 고용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 상권과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시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조정은 대부분 파업 이후 발동됐지만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사후 대응으로는 늦다"며 "하루라도 빨리 선제 조치에 나서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461만 소액주주 자산과 1700여 협력사 생계,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이 모두 걸린 문제"라며 "노사 자율 해결 원칙은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까지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