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울산 화학의 날’ 지면 좌담회
공급 과잉·설비 노후화·탄소중립 비용 부담 ‘삼중 위기’ 직면
AI 기반 공정 전반 재설계 시급… 샤힌 프로젝트로 구조 전환
제련기술 기반 희소금속 생산역량 보유로 공급망 주도권 확보
선도기업 데이터 공유 ‘상생 협력형 국가산단 AX 생태계’ 조성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며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생산성 혁신과 에너지 효율 개선, 데이터 기반 제조 AI 전환이 위기 돌파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18일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울산미포 AX 실증산단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 이동구 AX 얼라이언스 위원장, 장병태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박광화 한국화합융합시험연구원 본부장, 윤기수 한국산업단지공단 본부장 및 참여기업 관계자들이 출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에 이어 중동 사태까지 겹치며 울산 석유화학산업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감은 물론, 원료 수급 대응, 안전사고 예지보전 등 복합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도구로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표준화를 기반으로 한 근본적인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월 22일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본보는 이동구 독자위원장을 좌장으로 울산·서울·경기·창원 등 전문가 9명을 초청해 ‘울산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제조 AI 대전환(M.AX)’을 주제로 지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AX 얼라이언스 위원장(본보 독자위원장) △김보찬 S-OIL 부사장·울산시공장장협의회장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온산단지공장장협의회장 △장병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이상호 한국자율제조플랫폼협회 회장·임픽스 대표 △박문원 엠아이큐브솔루션 대표 △오경진 태림산업 대표 △임강민 에이티지 대표 △한아람 에이비에이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공멸(共滅)의 위기를 넘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범용제품 중심 구조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과 함께, 데이터가 공정을 움직이는 ‘제조 AI 대전환’이 핵심 해법”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편집자 주>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RUPI 사업단장과 화학네트워크포럼 위원장으로서 울산 화학산업의 지난 2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동구 위원장= 먼저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발전시킨 모든 화학산업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또한 현재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발전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추진 중인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1968년 3월 22일 기공식 이후,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황무지에서 기적을 일궈냈지만, 지금은 생존과 공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하는 전환점이다.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중국의 자급률이 100%에 이르면서 범용제품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이 붕괴됐고, 30~50년 이상 노후화된 설비와 숙련 인력 중심 운영체계도 한계에 달했다. 여기에 ESG·탄소중립 비용 부담과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복합적인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분적 개선이 아닌 공정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화학산업은 여전히 전·후방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간산업으로,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화학소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울산 화학산업은 석유화학 고도화, 정밀화학 고부가가치화, 바이오화학 육성과 함께 ‘녹색기술’, ‘제조 AI 전환(M.AX)’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
‘울산 화학의 날’ 20주년을 맞은 올해는 과거 성과를 넘어, ‘AI 대전환(AX)’ 흐름 속에서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반환점이 돼야 한다. 실기(失期)하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화학산업이 ‘낡은 굴뚝’이 아닌 ‘디지털 첨단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AX 얼라이언스’ 위원장으로서 실증산단 구축 등 추진 전략은?
이동구 위원장= 먼저 기업 간 데이터 공유와 기밀 보호를 병행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 석유화학 기업들이 축적한 공정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으로, AI 모델 개발에 활용하되 기업 간 기밀 보호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M.AX가 민감한 거버넌스 설계에 성공한다면, 울산은 글로벌 화학 AI 공장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다.
또 수도권 중심의 소규모·파편화된 연구에서 벗어나 ‘5극 3특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2조원 규모의 지역 R&D 패키지를 추진하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특히 1조5천억원 규모의 K-화학산업 대전환 R&D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위기 지역 재도약을 지원하는 만큼, 울산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화학공정과 AI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도 시급하다. 울산대학교와 UNIST 중심의 화학 AI 교육 트랙 신설과 현장 재직자 대상 단기 집중 교육을 병행해 인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M.AX 얼라이언스는 인재양성 문제도 적극 다룰 것이다.
울산시는 산업단지공단,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오는 2028년 12월까지 29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 버티컬 AI 모델 구축과 AX 대표 선도공장 조성, 실증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이처럼 제조 AX 전환(M.AX)은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 전략이다.
◇불확실성 속 하반기 준공되는 ‘샤힌 프로젝트’ 등 S-OIL의 공격적 대규모 투자 이유는?
김보찬 부사장= 현재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협은 안보 불확실성과 공급망 교란이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촉발된 중동 분쟁은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가혹한 시험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은 국제 유가 상승을 넘어 나프타와 가스 등 핵심 원료 수급 체계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란의 봉쇄 위협과 서방의 대응이 맞물리며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한계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과거 위기가 단기적 가격 변동에 그쳤다면, 현재는 원료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까지 우려되는 ‘에너지 안보’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수요 위축 속 원가는 상승하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샌드위치 위기’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는 석유화학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전략적 재편이다.현재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도 저수익 한계 사업 매각과 자산 최적화, 노후 설비 정리, 기업 간 스왑이나 공동 운영 등을 통해 구조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비효율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이제는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투자로 산업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S-OIL의 주도하는 9조원대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 스팀 크래커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유의 화학적 전환’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울산 석유화학 업계에 가장 필요한 핵심 가치는 ‘공격적 투자’로 저수익 범용 제품 중심의 기존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대전환’으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
◇미중 패권 경쟁 속 핵심광물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추진 의미는?
김승현 제련소장= 전기차 배터리, AI 데이터센터와 전력공급, 방위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속 특정 광물과 비철금속의 공급망 단절은 곧 ‘안보 위기’를 의미한다. 미국이 희토류, 코발트, 니켈 등을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고 공급망 내재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테네시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외 공장 건설을 넘어, 미국의 공급망 내재화 전략과 한국 기업의 기술 역량이 결합된 상징적 사례다.
미국은 핵심광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은 북미 시장 진출과 글로벌 공급망 내 주도권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광산 확보 보다 ‘제련·정련 기술’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 중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또 글로벌 경쟁 역시 자원 확보에서 가공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건식·습식 융합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광석에 소량 함유된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과 같은 희소금속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광산과 달리 기술을 통해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자본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일부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재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미국 정책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모델이다.
나아가 이번 협력은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한미 간 전략적 공급망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향후 글로벌 자원·기술 경쟁 속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미국 테네시 제련소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질서 속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점이자 공급망을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울산 중소기업의 디지털 인프라·역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계획은?
장병태 원장= 울산정보산업진흥원(UIPA)은 지역 제조기업의 AI 및 데이터 전환 인프라 구축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있다.
M.AX 얼라이언스의 ‘5극 3특’ 지역 클러스터 전략과 연계해, 울산 국가산업단지 내 △AI 팩토리 실증 공간 확보 △공정 데이터 수집 표준화 △중소 화학기업 대상 AI 바우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AX가 중견기업에 이어 중소 협력사까지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정 데이터를 핵심 기밀로 여기고 있어 공유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에 UIPA는 비식별화·합성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원본 기밀은 보호하면서도 AI 학습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역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전환을 지원하는 ‘울산 석유·화학 AX 실증산단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기업 단위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개방된 선도기업 데이터를 공유하고 지식을 확산하는 ‘상생 협력형 국가산단 AX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선도기업인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의 방대한 공정·설비·안전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식이 내재화된 ‘석유화학 버티컬 AI 모델’을 구축하고, GPU 기반의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모델 뱅크를 제공해 중소·중견 기업들의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충분한 실증과 검증을 거친 AI 솔루션을 확산해 현장 적용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해 자생적인 AX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인재양성과 거버넌스 구축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화학공정을 이해하면서 AI를 다룰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부족하며, 여러 기관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하나로 묶는 컨트롤타워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울산시, 울산테크노파크,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역할을 분담하고 M.AX 얼라이언스와 긴밀히 연동하는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AI 공급기업 협회 입장에서 제조업 디지털 전환·자율제조 확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이상호 협회장= 한국자율제조플랫폼협회(KA MPA)는 AI 기반 자율제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국내 첫 ‘공급기업 중심 협회’로 출범했다.
협회는 단순한 기술 집합을 넘어 국내 제조 생태계의 연결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결국 데이터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자율제조의 핵심이다.
특히 협회의 중요한 전략은 ‘KAMPA 마크’를 중심으로 한 인증 생태계 구축이다. ‘KAMPA 마크’를 중심으로 인증받은 솔루션들이 상호 연결돼 국내 제조업체가 더 쉽고 저렴하게 AI 기반 자율제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마크가 부여된 솔루션은 별도 연동 작업 없이도 쉽게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중소 제조업체들도 높은 비용 부담 없이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또한 협회는 각 제조 솔루션 기업들이 표준에 맞춰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시스템 간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연결성이 확보되면 제조현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최적의 AI 자율제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자율제조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좋은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데이터 수집·관리·연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AI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통해 일부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력 양성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에 현장 전문지식을 가진 제조 특화 AI 전문인력 양성과 활용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데이터 표준화와 모델 구축이 병행돼야 하며 이를 위한 연계 표준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 실용적인 표준모델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또한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나 가상 환경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로봇, 센서, 기계 등 실제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된 AI로 향후 자율제조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울산 화학산업 현장에 AI 도입 시 가장 큰 장벽과 극복 방안은?
박문원 대표이사= 엠아이큐브솔루션은 공정 데이터 수집·통합부터 예지보전, 품질 이상 감지, 에너지 최적화까지 제조현장 전 주기 AI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울산 석유화학 현장에 가보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은 ‘데이터는 있지만 쓸 수 없다’는 점이다. 30~40년 된 DCS(분산제어시스템), 여러 벤더의 PLC, 노후 센서들이 제각각의 포맷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 AI 모델에 AI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는 현장 엔지니어의 신뢰다. 화학 공정은 이상 조건 하나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AI 결과를 운전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도입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명 가능한 AI(XAI)’ 기반으로 운전자가 판단 근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는 ROI 입증이다. 중소 화학기업 경영진을 설득하려면 구체적인 비용 절감 수치가 필요하다. 이에 POC(개념 검증) 단계에서 데이터 기반 ROI 시뮬레이션을 선행하고 있으며 실제 울산 화학 플랜트 적용 사례에서 에너지 비용 12% 절감, 품질 불량률 35% 감소, 설비 비계획 정지 62% 감소 등의 성과를 거뒀다.
공급기업 입장에서 M.AX 얼라이언스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공정 데이터 표준화’다. 다른 데이터 태그 체계와 통신 프로토콜이 표준화될 경우 AI 도입 비용을 30~40% 낮출 수 있다.
울산 화학단지 전체가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구축된다면, 수요기업들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AX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
중동 사태로 원료 수급 불안이 일상화된 지금,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와 원료 투입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원유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AI가 실시간으로 원료 배합 비율과 공정 조건을 최적화해 원가 변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원료 수급 불안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과, M.AX 전환이 위기 돌파 해법이 될 수 있나?
오경진 대표이사= 태림산업은 화학 원부자재를 공급받아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창원 소재 수요기업이다. 중동 사태는 중소 제조기업에 대기업보다 훨씬 가혹한 현실로 작용한다.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일부 반영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원가가 올라도 납품가를 쉽게 올리지 못한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원료 수급 불안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원료비에는 즉각 반영되지만, 완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평균 3~6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 기간 동안 손실을 감당해야 하며, 물류 차질로 인한 납기 지연은 고객사 패널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의 현장 버전이다.
M.AX 전환은 이러한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주요 설비에 IoT 센서를 부착하고 MES와 연동해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 공정 내 에너지의 약 18%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중 일부만 개선해도 연간 수억원 절감이 가능하다.
또 과거 원료 수급 불안 전망될 시 무조건 재고를 쌓아뒀지만, AI 기반 수급 예 측 모델을 도입한 후 원료 재고를 최적화하면서 재고 자산을 약 30% 줄이고 납기 리스크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중동 사태처럼 변수가 많은 시기일수록 AI의 예측 기능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은 AI 전담 인력이 부족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이에 진단부터 솔루션 매칭, ROI 검증, 사후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용 AI 도입 패키지’와 같은 체계적 지원이 갖춰진다면 중소기업도 AX 전환의 과실을 나눌 수 있다.
◇ATG가 울산을 핵심 진출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와 화학 플랜트 AI 적용의 차별점은?
임강민 대표이사= ATG는 제조공정 AI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에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울산 석유화학산업을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밀도를 갖춘 복합 클러스터로, 이곳에서 검증된 AI 솔루션은 글로벌 어디서도 통할 수 있다. 울산이 글로벌 레퍼런스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둘째 화학공정 AI는 다른 산업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화학 플랜츠는 수천 개의 공정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물리·화학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 데이터 기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공정 엔지니어링의 도메인 지식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이 핵심 기술 차별점이다.
셋째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화학기업들의 AI 도입 수요를 크게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ROI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면, 현재는 원가 변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려는 구체적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위기가 수요를 만든 것이다.
수도권 AI 기업이 울산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 밀착성’이다. ATG는 울산에 엔지니어링 인력을 상주시켜 화학 도메인 전문가와 AI 개발자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화학 엔지니어의 언어와 AI 개발자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브릿지 인재’가 핵심이다.
또한 M.AX 얼라이언스에는 공정 데이터 표준화와 검증된 AI 기업 인증 체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태그와 통신 표준이 마련되면 AI 솔루션 개발 비용과 기간이 단축되며, 인증 체계를 통해 수요기업의 신뢰 확보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AX 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블루오션이다. ATG는 이 시장의 개척자로 함께하고 싶다.
◇울산 화학산업에서 M.AX 얼라이언스 성과를 내려면 왜 ‘표준화’가 중요한가?
한아람 대표이사= ABH는 AAS(자산관리쉘)와 OPC-UA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핵심 사업으로 하며, 중기부 제조AI센터 사업에 참여해 실제 제조현장에서 AI와 디지털 표준을 결합하는 작업을 수행해 왔다. 울산 화학산업 AX 전환에서 표준화가 선결 조건인 이유는 ‘현장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는 수십 년간 도입된 서로 다른 벤더의 DCS, PLC, 센서, 안전계장 시스템이 혼재해 있으며, 각사의 시스템이 각기 다른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AI가 이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하나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OPC-UA가 이러한 공통 통신 역할을 한다.
그러나 데이터 연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설비의 상태와 이력, 운전 정보 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구조화해야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AAS로, 설비에 설계 사양, 운전 파라미터, 유지보수 이력, 안전 인증 데이터 등을 포함한 디지털 신원 정보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M.AX 얼라이언스가 AI 팩토리 500개 보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AAS와 OPC-UA 표준이 없다면, 기업마다 개별 AI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 비용 중복과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표준이 갖춰지면 하나의 AI 솔루션이 다른 공장에 쉽게 이식되는 ‘플러그 앤 플레이’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한 원료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 등 복합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울산 화학기업 간 데이터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돼야 한다. AAS 기반 데이터 공간이 구축되면, 특정 원료 수급이 막혔을 때 울산 내 어느 기업이 어떤 대체 원료를 어느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AI가 신속하게 제안할 수 있다.
결국 신도시를 건설하기 전에 도로망과 전기망을 먼저 구축하듯 AI 솔루션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데이터 표준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반에 AAS와 OPC-UA로 연결하는 ‘울산 석유화학단지 디지털 인프라 사업’이 M.AX의 최우선 과제가 되기를 제안한다.
◇급변하는 AI 시대… ‘다음 20년’을 위해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이동구 위원장= 산학연(産學硏)이 합심해 ‘데이터로 공정을 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20년이 ‘규모와 효율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공정 지식을 데이터화하고 AI로 학습시켜 스스로 최적화하는 ‘자율제조의 시대’다.
울산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콤플렉스와 수십 년의 운전 노하우는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 그것이 다음 20년의 핵심 과제다. 울산이 선도해, 세계 3대 AI 강국의 ‘글로벌 AI 수도’로 도약하자.
김보찬 부사장= 샤힌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대규모 투자 물결과 제조 AI 대전환에 본격 돌입한 생산현장의 변화는, 울산이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임을 입증하고 있다.
대외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내부적인 구조 혁신과 디지털 전환 및 AI 대전환을 완수하는 길만이 우리를 다시 글로벌 챔피언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로, 지금의 위기를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20년, 그 찬란한 황금기를 함께 열어젖히자.
장병태 원장=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울산을 ‘제조 AI 실증 특구’로 만드는 일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화학공정 AI 실증에 특화된 유연한 환경을 만들고, 전국 AI 기업들이 울산의 실제 화학공장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특구로 지정받아 개방해야 한다. 울산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석유·화학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 그것이 다음 20년의 전략 핵심이다.
한아람 대표이사= ‘울산 화학 AI 데이터 공간’의 구축이 시급하다. 울산에 집적된 석유화학, 정밀화학, 바이오화학, 소재 기업들이 생성하는 공정 데이터는 전 세계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밀도와 다양성을 가진다.
이 데이터를 AAS 표준으로 구조화하고, 기업 간 신뢰 기반의 공유 생태계를 만든다면, 울산은 단순한 석유화학 기지를 넘어 ‘제조 AI 데이터 수도’가 될 수 있다. M.AX 얼라이언스가 이 비전을 울산 중심으로 현실화해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끝으로 좌담회 좌장을 맡은 이동구 위원장은 “중동 전쟁으로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돌파구는 과잉설비와 중복 사업을 줄이고 범용제품보다는 스페셜티 제품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NCC 설비의 통폐합 및 공동운영이 절실하다”며 “지금 전 세계는 AI 혁신과 산업의 AI 전환을 위한 치열한 기술 투자와 속도 경쟁에 올인하면서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퀀텀 점프를 위해선 ‘제조 AI 전환(M.AX)’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울산이 ‘AI 수도’로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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