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확대 시도” 반발 속 방산 재편 논란도 커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 및 경영 참여 움직임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양측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단순 재무 투자 차원이 아닌 “사실상의 지배력 확보 시도”로 규정하며 향후 이사회 진입이나 추가 지분 매입이 현실화될 경우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AI 노조는 성명을 통해 “방산 경쟁사가 핵심 항공우주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영 참여가 본격화될 경우 기술 독립성과 조직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 상충 문제다. KAI와 한화 계열 방산 기업들이 국내외 수주 시장에서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경영 참여가 이뤄질 경우 사업 전략과 연구개발 방향, 원가 구조 등 민감한 정보가 경쟁사 이해관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세대 전투기와 위성, 무인체계 등 국가 전략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특성상 단순 민간 기업 간 투자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논리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의 최근 행보를 단순 지분 투자 이상의 전략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화는 이미 항공 엔진과 우주, 레이더, 해양 방산 등 주요 사업군을 계열사 중심으로 확대해 왔으며, 이번 KAI 지분 확보 역시 항공우주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화는 최근 금융당국 공시를 통해 KAI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노조는 이 같은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국내 방산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방산 역량이 집중될 경우 산업 경쟁 체계가 약화될 수 있고, KAI 역시 독립적 체계종합 업체 역할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KAI는 국가 항공산업 기반을 책임지는 전략 기업”이라며 “특정 그룹의 사업 확장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용 안정성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과거 한화의 대형 인수합병 사례를 언급하며 사업 재편 과정에서 조직 슬림화와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 효율화 명분 아래 생산 현장 부담이 커지고 노동 환경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향후 한화 측의 이사회 진입 시도와 인사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추가 지분 매입이나 경영권 확보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다만 시장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방산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항공·우주·미사일·전자전 분야를 통합적으로 연결할 경우 해외 대형 수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패키지형 방산 수출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국내 기업 간 전략적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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