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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별기고] 예술은 기다려주는 도시에서 자란다

민선 9기의 출범은 대구가 창작이 이어지는 문화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문화정책도 눈앞의 사업과 행사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술인이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시민의 삶 속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본래 역할이다.

[특별기고] 예술은 기다려주는 도시에서 자란다

오상국 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민선 9기의 출범은 대구가 창작이 이어지는 문화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문화정책도 눈앞의 사업과 행사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술인이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시민의 삶 속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본래 역할이다. 문화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시설을 갖추었는가보다 예술 활동이 얼마나 지속되는가에서 결정된다.

세계의 문화도시들은 공통된 원칙을 보여준다. 도시마다 방식은 달랐지만, 예술가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거리예술가들의 작은 도전에서 출발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몬트리올 예술위원회(Conseil des arts de Montréal)의 지속적인 지원과 탄탄한 예술 생태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공연예술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호주 멜버른 아트 하우스(Arts House)는 공연장 운영에 머물지 않고 예술가에게 작업 공간과 제작 지원, 발표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실험적인 작품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ingapore Art Museum)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SAM Residencies'를 통해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과 연구, 국제 교류를 지원하며 현대미술관의 역할을 전시 공간을 넘어 창작 플랫폼으로 확장해 왔다.

이들 도시의 사례는 문화도시의 경쟁력이 시설의 규모보다 창작이 이어지는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구 역시 공연예술과 근대미술의 전통,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DIO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자산과 우수한 예술교육 기반을 갖춘 도시다. 그러나 대구에서 성장한 예술인이 창작의 다음 단계를 위해 도시를 떠나는 일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축제와 행사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지역에 창작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고, 문화도시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없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설을 늘리는 경쟁이 아니라 예술인이 지역에 머물며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의 전환이다.이를 위해서는 시설과 행사 중심의 정책에 더해 창작 지원과 작업 공간, 레지던시를 확대하고 시민과 예술인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문화기관 또한 사업을 집행하는 조직을 넘어 창작과 실험, 협력과 교류를 이끄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문화행정의 역할은 예술인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시민과 문화를 연결하는 데 있다.

예술은 하루아침에 꽃피지 않는다. 예술가의 성장은 오랜 시간과 꾸준한 지원, 그리고 도시의 신뢰 위에서 이루어진다. 예술을 기다려주는 도시는 예술가를 머물게 하고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도시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 시작은 예술을 믿고 창작의 시간을 함께 지켜주는 행정에 있다.

민선 9기의 문화정책이 이러한 창작의 토대를 차근차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 결국 예술은 기다려주는 도시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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