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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별기고] 대구판 '트루먼 쇼크'는 일어날까?…높은 투표율과 유튜브 댓글 감성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나는 자꾸 1948년 미국 대선의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특별기고] 대구판 '트루먼 쇼크'는 일어날까?…높은 투표율과 유튜브 댓글 감성

박한우 영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디지털융합비즈니스대학원)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나는 자꾸 1948년 미국 대선의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은 공화당 토머스 듀이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오보 가운데 하나인 ‘Dewey Defeats Truman(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이라는 제목의 신문을 인쇄했다. 그러나 실제 승자는 트루먼이었다. 트루먼은 훗날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그 신문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으로 미국 정치사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지금의 대구시장 선거를 1948년 미국 대선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사건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의향을 측정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 순간 실제 행동까지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 역시 그 오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김부겸 후보(49.1%)와 추경호 후보(49.9%)는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초접전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구를 국민의힘의 절대 우세 지역으로 보았던 통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특히 대구의 최종 투표율은 64.2%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지지층 결집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참여다.

특히 주목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디지털 공론장의 변화였다.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 연구팀은 대구MBC 법정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과정에서 발생한 실시간 댓글을 수집한 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댓글별 지지 후보와 감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추경호 후보 지지성 댓글은 긍정 감성 비율이 87.66%로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추 후보 지지층의 결집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댓글 규모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부겸 후보 관련 댓글은 추경호 후보보다 약 4.1배 많았다. 또한 긍정 감성 비율은 61.39%, 부정 감성 비율은 23.01%로 나타나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도와 논쟁성을 보였다.

특히 김부겸 후보 지지성 댓글에서는 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었다. 이는 김부겸 후보 지지층이 단순히 후보를 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대항적 동원(oppositional mobilization)’이라고 부른다. 즉, 특정 후보에 대한 호감뿐 아니라 상대 진영에 대한 문제의식과 반대 정서가 지지층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결집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부겸 후보는 단순히 지지층의 응원을 받은 후보라기보다, 선거 공론장에서 가장 강한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중심 후보였다고 볼 수 있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후보는 비판받는 후보가 아니라,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후보다. 김부겸 후보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지만, 온라인 공론장의 중심에 있었다. 반면 추경호 후보는 높은 충성 지지도를 보였지만, 의제 설정과 관심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는 이른바 ‘샤이 김부겸’ 가설, 가족 단위 설득효과, 그리고 높은 투표율과 맞물려 해석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장에서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만약 개표 결과 김부겸 후보가 출구조사와 달리 역전승한다면, 이번 선거가 대구판 ‘Dewey Defeats Truman’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특정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여론조사가 놓친 행동 변수들(투표율, 가족 네트워크, 디지털 공론장, 숨은 지지층)이 만들어낸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뒤면 결과는 나온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이미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숫자를 믿고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실제 움직이는 유권자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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