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케네디 센터 외벽이 15일(현지시간)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상징적 문화 공연 시설 ‘케네디 센터’가 15일(현지시간) 결국 일시 폐쇄됐다. 법원이 케네디 센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으려던 센터 이사회의 조치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사회가 곧바로 센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연방 판사가 건물명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다시 붙이는 것을 금지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상징적인 공연 시설의 대부분을 폐쇄하기로 표결했다”고 전했다. 이사회 이사장인 트럼프는 이날 회의에 화상으로 직접 참여했다. 이사회는 폐쇄 이유로 공연장의 ‘안전 문제’를 내세웠다.
이사회 결정 이후 곧바로 케네디 센터는 문을 닫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후 4시 30분쯤 센터는 문을 닫고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며 “센터 밖에서는 평소 예정된 공연 광고 대신 붉은 색 비상 경보 문구가 깜빡였다”고 전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케네디센터 건물 외벽 등에 트럼의 이름을 넣는 방안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또 센터 앞 광장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플라자’로 변경하려던 계획도 추진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그는 “의회의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 어떤 것에 대한 기념물도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케네디 센터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고 시도해왔다. 트럼프 측근들이 장악한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건물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었다.
하지만 쿠퍼 판사는 지난 5월 명칭 변경 권한은 의회에 있다 이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고 지난 6월 트럼프의 이름은 철거됐다. 이후 센터 외벽은 비계와 흰색 방수포 등으로 가려진 상태다.
센터 이사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8월 건물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이 복원·리모델링한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로 표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센터 이사회의 당연직 위원인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연방 하원의원이 이런 변경이 법원의 앞선 판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날 다시 트럼프 이름 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판결 이후 트럼프는 곧바로 트루스 소셜에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안전상의 이유와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건물 폐쇄를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건물 리모델링의 경우 연방항소법원에서 이사회가 승인한 명칭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시작할 수 없다며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항소법원) 판결이 부정적일 경우, 그리고 이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도 뒤집히지 않는다면 센터 재건축 및 리모델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케네디 센터에 리모델링에는 의회 승인으로 2억5700만 달러가 배정돼 있는데, 자신의 이름을 넣는 방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리모델링도 할 수 없다는 경고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