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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프리먼 콜리세움에서 중간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26.10.08 샌안토니오=AP/뉴시스
다음 달 3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 가격 폭등에 따른 반발 여론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전격 결정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해 3월부터 미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4년 7개월 만에 특럼프 대통령이 대(對)러 제재를 일부 해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기를 맞아 경유 수요가 늘어난 농민 등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를 위한 대러 제재 완화를 둘러싸고 유럽 동맹국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푸틴과 성공적 회담, 경유 가격 급락할 것”
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매우 성공적인 논의를 마쳤다”며 “러시아는 미국과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 t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고, 11월 중 추가로 50만 t, 그 직후 100만 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의 정제 설비 상황에 따라 향후 단기간 내 300만 t을 추가로 공급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의 수입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경유 제재는 내년 4월 7일까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해제된다.
미국에서 경유는 주로 농기계, 건설기계, 트럭 등에 사용되는 연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까지 겹쳐 경유 값이 치솟으며 미주리주, 인디애나주, 아이오와주 등 중서부를 중심으로 미국 내 주요 농업지역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유 값 상승은 특히 농업지역에 큰 타격을 줘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유 가격이 기록적인 속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농부, 목축업자, 트럭 운전사들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가격 인하는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악마와 거래, 동맹에 대한 배신” 양당서 반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에서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핵심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산 경유 도입 소식을 갑자기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경색됐고, 10일 예정됐던 회담도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안팎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러 제재를 완화한 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동맹을 배신한 거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공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 거래”라며 “푸틴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그 전쟁은 결코 시작돼선 안 되는 전쟁이었고, 우크라이나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젤렌스키의 대통령 임기 만료에도 전쟁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대선이 보류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정치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사실상 동조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여야 모두 우려를 제기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X와 공식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위태로워진 자신의 정치 입지를 회복하려 악마와 거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라며 날을 세웠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도 “지금은 푸틴의 ‘전쟁기계(war machine)’를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조여야 할 때이지, 독재자에게 더 많은 돈을 쥐여 주며 보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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