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후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출 물량 감소는 제한적이지만 단가 하락이 이어지며 국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현태 연구위원은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관세 부과 이후 한국의 대미 수출 점유율은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가격 하락을 통해 관세 부담이 사실상 수출기업에 전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전후인 2024년과 2025년을 비교할 때, 미국 수입시장 내 한국 제품 점유율은 0.4%포인트 감소했다. 감소 폭 자체는 제한적이었지만,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점유율 하락 폭이 4%포인트를 넘으며 가장 컸다. 이어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만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점유율이 2.3%포인트 상승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베트남과 태국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의 ‘우회 효과’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 대만으로 수출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구조를 감안할 경우, 표면적인 점유율 감소보다 실질적인 대미 수출 감소 폭은 더 작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부담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관세율 인상이 집중된 자동차와 철강은 대미 수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13.2%, 18%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은 자동차가 전년과 동일했고 철강도 0.05%포인트 하락에 그쳐 물량 경쟁력은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관세 부담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 단가는 지난해 5월 전년 12월 대비 7% 급락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고, 연말에는 전년 동월 대비 12.2% 낮아졌다. 반면 미국 외 지역 수출 단가는 같은 기간 12.8% 상승해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철강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향 수출 단가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7.6% 하락했지만, 미국 외 지역에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이는 관세 부담이 가격 인하 형태로 반영되면서 기업 수익성을 압박했음을 시사한다.
한국 수출은 물량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관세 충격을 흡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국가별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경쟁력 강화 없이는 가격 하락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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