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최근 울산 트램 사업 재검토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교통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트램 재검토가 결코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과 도시의 미래를 다시 한번 신중하게 살펴보자는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트램을 반대한다. 하지만 교통 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재정이라면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며, 시민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울산에는 트램보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훨씬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이다.
무엇보다 트램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안고 출발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은 시민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와 맞물리며 '임기 말 치적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시민 의견 수렴 또한 충분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정책이라면 행정이 먼저 결정하고 시민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통 측면에서도 우려는 적지 않다. 울산은 전국에서도 자동차 이용률이 높은 도시다. 이런 도시에서 기존 차로를 줄여 트램을 운행하면 문수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년간 이어질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과 주변 상권의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안전 문제 역시 신중히 살펴야 한다. 트램은 일반 차량과 도로를 함께 사용하거나 매우 가까운 공간에서 운행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선로 위 사고는 노선 전체 운행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민의 안전은 어떤 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재정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 계획된 사업비만 해도 3,800억 원을 넘는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실제 사업비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건설 이후다. 국내 여러 경전철 사업은 이용객 부족으로 매년 막대한 운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는 울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 BRT는 훨씬 경제적이다. 전용차로와 신호체계 개선만으로도 높은 정시성과 수송 능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건설비와 공사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시 여건이 바뀌면 노선 변경도 가능하다. 그러나 트램은 한 번 선로를 설치하면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더욱이 교통의 미래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버스, 수요응답형 교통(DRT),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정식 선로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미래를 준비하는 길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램을 재검토한다고 해서 울산의 교통 발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정책은 이미 시작했으니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환경이 달라지고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다시 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트램 재검토를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시민들은 자신의 세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이고, 가장 안전하며, 가장 편리한 교통체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울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은 하나여야 한다. '누가 추진했는가'가 아니라 '시민에게 무엇이 가장 이로운가'이다. 보여주기 위한 대형 사업보다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정치가 아니라 냉정한 검증과 책임 있는 선택이다. 그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이며, 울산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손종학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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