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지방소멸, 생산인구 감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지역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창업과 창업기업 성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심화되는 창업·투자 집중 현상이 지역경제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기에, 지역 기반의 투자와 정주환경, 실증 인프라를 아우르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기업가정신학회 등이 7일 개최한 ‘창업을 넘어 성장으로:참여형 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 심포지엄’에서 기술창업과 창업기업 성장이 지역 경쟁력을 유지할 핵심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지역 정착형 투자체계와 창업거점도시 조성 등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인재·시장…수도권 집중=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창업기업 수는 2020년 148만5000개에서 2025년 113만6000개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술기반 창업은 2020년 22만9000개, 2025년 22만1000개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지역 간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기술기반 창업의 수도권 비중은 2016년 57.8%에서 2025년 62.8%로 상승했다. 전체 창업 역시 2024년과 2025년 들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다시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벤처기업 집중 현상도 뚜렷했다. 2026년 3월 기준 전체 벤처기업 3만9097개 가운데 약 65.1%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스타트업 이동 현황에서도 서울과 경기로의 집중이 두드러졌다.
정 연구위원은 “스타트업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생태계 때문”이라며 “투자자와 인재, 네트워크, 시장 접근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창업 정책 성과는 수도권으로=
정부는 그동안 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청년창업사관학교와 글로벌창업사관학교, 팁스(TIPS),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 창업중심대학, 아기유니콘 육성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창업보육센터(BI), 창조경제혁신센터, 메이커스페이스, 판교 창업존 등 지역 기반 창업지원 인프라도 확대해왔다. 벤처투자 확대를 위해 모태펀드와 엔젤투자 활성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혁신창업 정책이 지역 기업의 생존력 제고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창업 이후 성장 단계에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 성장의 주요 성과 지표인 수출과 혁신기업 분포를 보면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비수도권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최근 감소세를 보였고, 벤처투자회사와 액셀러레이터(AC)의 수도권 편중도 극심한 상황이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의 비수도권 입지 비중은 약 5.5% 수준에 불과했다. 2024년 투자금액 상위 10개 AC 역시 대부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콘 기업과 벤처투자 역시 수도권 중심 구조가 이어졌다. 최근 벤처투자 규모 자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자금의 지역 편중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 연구위원은 지역 창업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생태계 양극화 ▲구심점과 정책 연계 부족 ▲지역 투자 선순환체계 미흡 ▲신기술 분야 인재 부족 ▲인프라 연결성 부족 ▲생태계 개방성 부족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 창업생태계는 창업 기반 확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인재, 인프라, 정책 연계가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며 “지역 내 창업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아직 약하다”고 진단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소기업중앙회·기업가정신학회·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은 7일 ‘창업을 넘어 성장으로 KOSI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사진=중기이코노미)
◇지역 기반 공동사업화 체계 구축=
정 연구위원은 지역 창업생태계 성장을 위한 구조적 과제로 우선 ‘지역 기반 공동사업화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대학과 연구기관, 지역 창업기업, 중소기업, 투자자 등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기술개발과 실증, 사업화, 판로를 연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 스타트업에 공공기관과 대학, 출연연, 산업단지의 장비와 데이터베이스(DB), 테스트베드 우선 사용권을 제공하는 ‘지역 딥테크 실증권’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안했다.
투자 생태계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AC·VC가 지역에 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좋은 딜이 부족하고 회수시장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주소만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지역에 상주하면서 투자·보육 활동을 하는 정착형 투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정착형 GP 인센티브 ▲지역 공동 딜 파이프라인 구축 ▲지역 초기 회수시장 지원 ▲법률·회계·IR·사무공간 등 투자지원 인프라 확충 등을 제안했다.
성장 단계 지원 방안으로는 지역 특화산업 기반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창업·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선도 도시와 연계한 공동연구와 해외 실증,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또 실증·조달·판로 지원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창업거점도시’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주거·문화·복지 기능이 결합된 창업도시를 조성하고 창업기업 특성에 맞는 유연한 연구·근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수도권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도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정주 여건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장기 과제로 디지털 기반 창업생태계 구축을 언급했다. 정 연구위원은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보·인재·투자 교류 기능을 디지털 공간까지 확장하는 창업생태계 디지털 트윈 구축이 필요하다”며 “특허와 논문 중심의 정량 평가를 넘어 실증·사업화·투자·고용·협력 성과를 반영하는 질적 성과관리 체계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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