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 중 투자손익 3배 개선 '유일'... 채권·대체투자 전략 성과
날씨보험·AI 현장 적용까지... '정교한 수익성'으로 체질 전환 속도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국내 손해보험업계는 손해율 상승이라는 공통 압박을 받았다. 30개 손보사 전체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32.2% 급감했다. 이 흐름에서 KB손해보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KB손보는 업계 평균과 달리 순이익 감소폭이 7.3%에 그쳤다. 여기에는 자산운용 전략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투자이익이 1년 만에 198% 뛰었고, 이 개선폭은 대형 손보사 가운데 가장 컸다.
본업 부진... 투자로 실적 제고
2025년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7782억원으로 전년 8395억원 대비 7.3% 감소했다. 보험이익은 6267억원으로 전년 9780억원 대비 35.9% 줄었다.
장기·자동차·일반보험 전 부문의 손해율이 동반 상승했고, 2024년 IBNR(미보고발생손해액) 준비금 환입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쳤다. 손보업계 전반이 같은 압박을 받은 가운데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45.6% 급감했고, DB손보도 13.4% 줄었다.
KB손보의 순이익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투자 부문 운용 성과 덕분이다. 투자이익은 5284억원으로 전년 1773억원 대비 198% 급증했다.
삼성화재의 투자손익 개선폭이 43.5%, 메리츠화재가 13.2%였던 것과 비교하면 KB손보의 수치는 이례적이다. 초장기 국채 매입과 선도거래, 고금리 대체자산 투자 확대를 통해 이자수익 기반을 넓힌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3분기까지의 누적 투자손익만 3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4% 증가했으며, 투자수익 총액은 92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자본건전성도 개선 흐름을 탔다. K-ICS 비율 잠정치는 190.2%로 전년 말 186.4% 대비 3.8%포인트 올랐다. 자산 듀레이션 상시 모니터링과 ALM 전략 강화가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CSM 9조2850억, 중장기 이익 기반도 확충
단기 실적 방어와 함께 중장기 수익 기반도 넓어졌다. 보유 CSM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9조2850억원으로 전년 말 8조8205억원 대비 4645억원 증가했다.
연간 신계약 CSM은 1조7053억원으로 전년 1조8762억원 대비 9.1% 감소했으나, ALM 체계 강화와 장기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보유 CSM 총량은 순증을 이어갔다.
손보업계 CSM 규모 순위에서 KB손보는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에 이어 5위권이다. 다만 현대해상과 유사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하위 그룹과의 격차는 유지했다.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CSM 순증을 통한 안정적 미래 이익 기반 확보를 2026년 핵심 과제로 직접 제시했다.
업계 최초 지수형 날씨보험, 금감원 우수사례 선정
실적 관리와 별개로 상품 혁신 측면에서도 주목할 성과가 나왔다. 'KB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이 그것이다.
이 상품은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기상청 기상관측 데이터와 전통시장 매출 빅데이터를 결합한 국내 최초의 지수형 날씨보험이다.
강수량·최고기온·최저기온 세 가지 기상지수가 기준치를 벗어날 경우 별도 피해 입증 없이 기상 데이터만으로 보험금이 자동 지급된다. 전통시장 상인회 또는 지자체가 계약자가 돼 전체 점포의 3분의 1 이상이 단체로 가입하는 구조다.
종전까지 날씨로 인한 전통시장 영업 손실을 보장하는 상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폭우·폭염·한파가 잦아지는 이상기후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었지만 보험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KB손보는 이 공백을 겨냥해 2년간 준비 끝에 상품을 설계했다.
2025년 11월 손해보험협회는 이 상품에 1년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했다. 협회가 최대 보호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한 뒤 첫 사례다.
이어 2026년 1월 금융감독원의 '2025년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금감원은 매년 취약계층 배려 또는 민생 안정에 기여하는 금융상품을 선별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소상공인 보호를 보험 메커니즘으로 연결한 설계 방식, 자동 지급 구조의 혁신성이 평가 기준에서 높게 인정됐다.
AI, 보험 밸류체인 전반으로
AI의 적극적인 현장 도입도 주목받고 있다. 2025년 6월부터 전속 설계사 LC(Life Consultant)·TC(Total Consultant)를 대상으로 AI 화법 코칭 솔루션 '쏘카인드(Sokind)'를 시범 운영 중이다.
고객 응대 중 설계사의 언어·음성·표정·시선·습관어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KB금융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과제로 선정된 스타트업 크디랩이 개발했으며, KB스타터스 육성 프로그램에도 포함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사고 접수 내용을 AI가 분석해 예상 과실비율을 자동 산정하는 서비스를 현장에 적용했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사고 처리의 속도와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고객 녹취 데이터를 분석해 민원 유형을 자동 분류하고 처리 가이드를 실시간 제공하는 AI 민원 해결 도우미도 같은 시기에 도입됐다.
조직도 이 방향에 맞춰 재편됐다. 2025년 12월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기존 DT추진본부를 'AI데이터본부'로 전환하고, 산하에 고객 콜센터 조직을 편제했다.
소비자보호본부 산하에는 '고객경험파트'를 신설해 고객 중심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AI·디지털 기반 미래채널 운영 모델을 위한 '스마트비서Unit'도 같은 시기 출범했다. 자산운용부문은 '자산운용지원본부'를 신설해 투자심사·사후관리 기능의 전문성을 별도로 강화했다.
업계 전반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진행 중이고 5세대 실손보험 출시도 예정된 만큼, 올해는 보험손익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투자 부문에서 쌓은 완충력을 유지하면서 본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KB손보 앞에 놓인 과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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