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정상화를 위해 사업계획승인에 필요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 지주택 상당수는 당장 제도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업장이 아직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다 토지 확보율도 낮아 기준 완화만으로는 장기 정체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서울 지주택 사업장 총 112곳 중 토지 소유권 확보율이 확인된 105곳의 평균 확보율은 20.1%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장별로 보면 소유권을 10%도 확보하지 못한 곳이 69곳으로 가장 많았다. 80% 이상을 확보한 사업장은 15곳에 불과한 데다 14곳은 이미 기존 기준인 95% 이상을 충족했다. 기준 완화로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성북구 정릉역 지주택 1곳뿐이다.
추진 단계도 대부분 초기 구간에 머물러 있다. 서울 지주택 112곳 중 조합원 모집신고 단계가 82곳으로 전체의 70%를 넘었다. 나머지는 조합설립인가 15곳, 사업계획승인 5곳, 공사착공 10곳 등이다. 실제 아파트 건설을 위한 핵심 인허가 단계인 사업계획승인 단계를 넘어선 곳은 15곳에 그쳤다.
지주택은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나 전용 85㎡ 이하 1주택 보유자가 조합을 꾸려 직접 토지를 확보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일반 분양보다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 확보와 인허가 등을 조합이 직접 맡아야 해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조합 운영 갈등이 반복되면서 대표적인 고위험 주택사업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선은 상당 부분 토지를 확보하고도 일부 토지주의 매도 거부나 이른바 알박기로 사업이 막힌 조합의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에는 지주택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토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했지만 정부가 해당 기준을 일반 주택건설사업 수준인 80%로 낮추고, 사업계획승인 이후 남은 토지는 매도청구 등을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무대행사 등록제와 공사비 검증제, 정보공개 강화 등 조합원 피해 예방 장치도 함께 추진한다.
다만 서울 지주택의 대다수가 아직 80% 기준에도 크게 못 미쳐 제도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원 모집과 토지 매입, 사업성 확보가 선행되지 않은 사업장은 기준이 낮아지더라도 사업계획승인 단계로 곧바로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지 기준 완화는 알박기 등으로 막힌 정상 사업장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토지 확보 초기 단계 사업장에 미치는 효과가 작다”며 “서울 지주택 조합 대다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제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준 완화와 함께 사업성 보완과 공공지원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주택과 유사한 주민 주도형 주택공급 모델인 독일의 바우그루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우그루펜은 입주 예정자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직접 기획·건설하는 방식이다. 튀빙겐·프라이부르크 등 일부 도시는 공공 토지 배분과 계획 단계 지원을 결합해 사업 안정성을 높인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서울에서도 공공지원 성격의 제도와 결합한 지주택의 사업 진척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계획승인 이상 단계에 오른 15곳 중 9곳은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또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과 결합된 것으로 파악됐다. 용적률 인센티브와 공공기여 구조가 사업성을 보완하고 인허가 명분을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실제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복합사업은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통합심의 등 장치를 통해 사업성과 실행가능성을 함께 높이고 있다”며 “지주택도 역세권이나 도심 공급 필요성이 높은 지역은 공공지원형 트랙을 두고 사업 초기부터 토지확보와 자금 관리 검증을 선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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