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공장 기술 성능·신뢰성 높이는 작업 전망
파운드리 사업에서 파고 겪은 인텔…부활 알리는 이정표
반도체 팹 내재화 머스크 '블러핑' 분석도…배터리 사례 있어
[아시아타임즈=박요돈 기자] 인텔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진행 중인 초대형 인공지능(AI) 칩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에 핵심 파트너로 합류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진입 장벽 탓에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공식 엑스(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페이스X, xAI, 테슬라와 함께 테라팹 프로젝트 참여하게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테라팹은 일론 머스크 CEO가 추진하는 초대형 자체 반도체 생산기지다. 테슬라, 스페이스X, xAI 등에서 사용할 AI 및 로봇공학용 칩을 직접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필적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팹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건설될 예정이다.
인텔은 테라팹에서 반도체 생산공장 기술의 성능 및 신뢰성을 향상하는 리팩토링 작업을 하게 된다. 인텔의 초고성능 칩 설계, 제조, 패키징 역량을 대거 투입한다. 이를 통해 연간 1테라와트(TW) 수준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머스크의 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이번 협력은 인텔에게 파운드리 사업 부활을 알리는 이정표다. 인텔은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파운드리 사업에서 거센 파고를 겪었다. 인텔은 테라팹 참여로 초대형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시장에 입증하게 됐다.
테라팹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압도적 1강인 TSMC와 그 뒤를 쫓는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의 AI 칩 역시 삼성전자와 TSMC가 나눠서 생산하는 구조다.
테라팹이 현실화되면 기존 업체들에 맡긴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칫 인텔에 2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 칩 설계,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턴키 솔루션'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만약 인텔이 테라팹에서 뛰어난 패키징 및 생산 역량을 증명한다면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이 갖는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반감될 수 있다.
다만 테라팹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파운드리 산업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이다. TSMC나 삼성전자 수준의 최첨단 팹 단 하나를 구축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테슬라의 막대한 자금력을 고려해도 재무적 부담이 크다. 실패할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막대하다.
기술력 확보도 문제다. 최첨단 공정의 핵심은 수율 확보에 있다. 오랜 시간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해 온 인텔조차 최근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테라팹이 단기간에 TSMC의 생산 효율을 따라잡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머스크가 테라팹 구상을 공개한 뒤인 지난해 11월 "TSMC가 도달한 엔지니어링과 예술적 숙련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머스크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내재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자체 생산'을 대대적으로 선언하며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현재도 여전히 기존 파트너들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반도체 시장 역시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철저히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쥔 상태다. 머스크가 테라팹을 앞세워 파운드리 업계에 가격 압박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반도체 팹 내재화 선언은 파운드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박 속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고도의 블러핑일 가능성이 크다"며 "천문학적인 자본과 시간이 드는 최첨단 공정 수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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