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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택배기사를 직접고용하라! 법안 518

초국적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4천400개의 DSP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미국운수노조(Teamsters) 소속으로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안토니오 로사리오는 DSP 운영자들이 실제로는 "하급 관리자에 지나지...

택배기사를 직접고용하라! 법안 518

▲ 안진이

‘진짜 이런 법안이 발의됐다고?’ 놀라웠다. 뉴욕시에서는 정말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뉴욕시 시의회의 티파니 카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의 이름은 0518-2026. ‘법안 518’로도 불리고, ‘배송보호법(DPA)’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놀라웠던 이유는 이 법안이 아마존의 오래된 고용 회피 전략의 한가운데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8년 자체 배송 시스템을 만들면서 배송기사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DSP(배송 서비스 파트너)라 불리는 하청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브래드 스톤의 <아마존 언바운드>라는 책에 따르면 당시 아마존 임원들은 “아마존이 노동조합들과 더 많이 부딪치게 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그래서 배송기사들이 법적으로 DSP의 직원이 되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델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배송기사들은 아마존 유니폼을 입고, 아마존 로고가 새겨진 차량을 몰고, 아마존이 정해준 경로대로 움직이며 아마존 택배 상자를 배송한다. 아마존 소프트웨어가 그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자신이 고용주가 아니라고 한다.

초국적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4천400개의 DSP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미국운수노조(Teamsters) 소속으로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안토니오 로사리오는 DSP 운영자들이 실제로는 “하급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DSP는 아마존과의 계약 조건을 정할 수 없다. 배송기사의 임금, 배송 경로와 속도, 노동조건도 DSP가 아닌 아마존이 정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비용과 책임은 모두 DSP와 배송기사들의 몫이다. 차량이 손상되어도, 보험료가 인상되어도, 배송 중 기사들이 다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아마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원청이 책임은 지지 않는데 통제권은 행사하는 모순된 상황. 518 법안은 이 모순을 물류창고 면허라는 방법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뉴욕시에서 운영되는 라스트마일 물류창고는 모두 면허를 발급받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면허 발급의 조건으로 제3자 하청계약 금지, 노동자 안전교육, 해고 30일 전 통보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라스트마일 규제가 노동 문제인 동시에 공공안전 문제라고 강조한다. 뉴욕시에서 라스트마일 배송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통 혼잡을 일으키고,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거리를 위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은 속도에 집착한다. 창고에서는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하고, 배송 중에는 목표치를 채우라고 압박한다. “아마존의 속도에 대한 집착이 기사들과 시민들을 위험하게 하는 모습을 제가 직접 봤습니다.” 2019년부터 퀸스의 아마존 시설에서 일한 아이라 폴락의 증언이다.

뉴욕시 감사원실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 건설된 라스트마일 물류창고 18곳 중 14곳의 주변 도로에서 사고가 10% 증가했다. 또 퀸즈에 위치한 두 곳의 DSP 사업장 주변에서는 사고가 각각 53%와 48% 급증했다. 아마존의 속도 압박을 견디기 힘들어서 배송기사의 이직률이 높고, 초보 배송기사들이 많으니 각종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한다. 역으로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게 하면 거리도 안전해지고 산업재해도 감소할 것이라고 법안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만약 뉴욕시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DSP 모델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아마존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시의회에 로비를 하고,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 유료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배송기사들에게 1천달러를 주겠다면서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이유를 증언하라고 권유했다.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선호에 따른 선택으로 프레이밍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또 아마존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뉴욕시에서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뉴욕시에서 DSP에 소속되어 일하는 5천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법 위반을 근절하려고 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일자리 협박이다.

뉴욕시 의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대응한다. “아마존처럼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은 그 위상에 걸맞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뉴욕시에서 제일 좋은 고용주가 될 수도 있잖아요.” 택배기사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자사 대리점에서 다시 하청·재하청 구조가 만들어져도 묵인하는 한국의 원청 택배사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뉴욕시의 이 놀라운 법안이 정말 통과될지, 기대를 품고 기다려 봐야겠다.

독립연구자·활동가(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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