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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택배 분류하고 냉장고 번쩍'…국내도 '휴머노이드 경쟁' 본격화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의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물류 대기업들까지 상용화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택배 분류하고 냉장고 번쩍'…국내도 '휴머노이드 경쟁' 본격화

▲피규어AI가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피규어AI)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물류 현장의 상하차와 피킹(Picking) 작업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의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물류 대기업들까지 상용화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개입 없이 3교대로 24시간 택배를 분류하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전 세계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로봇들은 택배 상자를 집어 바코드 방향을 확인한 뒤 컨베이어벨트로 옮겼다. 상자 1개당 처리 속도는 약 2.9초로, 인간의 평균 작업 속도인 3초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배터리 잔량이 낮아지면 스스로 교대를 요청하는 기능까지 구현하며 24시간 작업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질세라 보스턴다이내믹스도 23㎏에 달하는 냉장고를 가뿐히 들어 옮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영상을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무릎을 반쯤 굽힌 뒤 23㎏의 소형 냉장고를 안정적으로 들어 올렸고, 상체를 180도 회전시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고도화된 전신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통해 단 몇 주 만에 복잡한 작업 계획과 실행 역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양산 모델은 올해 출하 물량이 이미 전량 소진됐으며,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 등에 우선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아틀라스를 2028년까지 물류센터에 설치하고 이후 제조 공정에도 투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처럼 피규어AI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해외 물류 현장에서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마존은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이족보행 로봇 ‘디짓(Digit)’을 물류센터 상자 처리 작업에 투입했다. 토요타는 캐나다 우드스탁 공장에서 디짓을 활용해 RAV4 물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봇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로봇 서비스(RaaS·Robots as a Service)’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액센추어(Accenture)가 SAP, 보다폰과 함께 독일 뒤스부르크 물류창고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로봇들은 엔비디아(NVIDIA)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훈련됐으며, 반복 작업을 넘어 모방학습과 강화학습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CJ대한통운·롯데·컬리 참전…휴머노이드 실험 본격화

해외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실증 사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실증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부터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군포 풀필먼트센터 상품 포장 라인에 투입해 실증을 마쳤으며, 올해는 올리브영 물류센터 등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추가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현장 실증에 투입된 AI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CJ대한통운)

또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AI 휴머노이드 물류 로봇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와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드2 투자에도 참여하며 관련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선정된 ‘물류 휴머노이드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지원 사업’에 선정돼 로봇 전문기업 로브로스와 광운대·경희대·서강대 등과 함께 이족보행 AI 휴머노이드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이그리스-C(IGRIS-C)’ 모델을 활용해 물류 현장 맞춤형 행동 제어와 이족보행, 로봇 핸드 기반의 정밀 작업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실증 완료 후 진천 풀필먼트센터에 로봇을 배치해 출고·포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요 물류센터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실증 연구 중인 ‘이그리스-C(IGRIS-C)’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컬리도 LG CNS와 손잡고 물류센터에 휴머노이드 로봇 검증과 물류 자동화 사업을 추진한다. 양사는 단순 실험 수준의 테스트를 넘어 실제 까다로운 작업이 쉼 없이 이뤄지는 컬리의 새벽배송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투입해 실효성을 검증한다.

특히 LG CNS가 개발한 로봇 학습·운영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 Works)'를 적용해 입고부터 보관, 피킹, 출고까지 물류 전 과정에서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촘촘히 발굴하고, 실제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작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제조 물류 현장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스타트업 페르소나 AI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철강재 코일 물류 관리에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위한 실증을 추진 중이다. 20~40톤 규모 코일의 크레인 벨트 체결 작업에 로봇을 투입해 안전사고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그룹은 페르소나 AI에 300만 달러를 선투자했다. 페르소나 AI의 로봇은 NASA의 로봇 핸드 기술과 자체 정밀 제어 기술을 결합해 미세 부품 조립부터 고중량물 처리까지 수행할 수 있다.

“생산성·연속성 압도적”…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현장에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생산성’과 ‘연속성’이다. 통상 6~8시간 근무 후 식사와 휴식이 필요한 사람과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배터리 교체 및 충전을 통해 24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 또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환경과 안전사고 위험이 큰 제조·물류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면 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적 과제인 인력난과 고령화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의 주요 배경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은 2030년부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제조·물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로봇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풍부한 로봇 운영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촘촘한 부품 공급망 역시 로봇 도입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현장과 산업 현장 전반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초기 도입 비용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2030년 양산 단계에서도 대당 가격이 2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반 노동자 연봉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유지비와 부대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통제된 시연 환경을 넘어 실제 현장 검증도 중요하다. 물류센터는 돌발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형태와 재질이 제각각인 상품을 다뤄야 하는 만큼 사람의 손을 완전히 대체할 정밀 센서와 자유도 높은 로봇 핸드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물류업계에서는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리얼월드와 손잡고 피킹·분류·포장 작업 데이터 기반의 RFM 개발에 나선 것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진천 풀필먼트센터에서 실측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모두 데이터 경쟁의 일환”이라며 “미래 물류의 경쟁력은 얼마나 고도화된 AI 브레인을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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