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 집회 등 수요 ↑ … 200원짜리 무차별 공급
4괘·청홍 기울기·비율 엉터리 … 국내 제조업계 쇠퇴
상징적·정서적 거부감 … 공공영역 게양 캠페인 필요
세종시 국회의사당 부지앞 교량에 게시된 태극기. 독자 하재경씨(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제공.
[충청타임즈] 태극기 수요가 가장 많은 8·15 광복절. 올해가 광복 81주년이지만 태극기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 제작된 태극기 구하기는 더욱 힘들다. 시중에 유통되는 태극기 상당수가 중국산인 탓이다.
태극기가 국민 일상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 태극기 제조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시위 현장의 손 태극기 수요 증가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태극기 구입이 일반화됐지만 대부분 저가 수입산 태극기가 무차별 공급되면서 정작 국내에서 제조된 태극기가 외면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에서 미니태극기를 검색한 결과 판매 순위 1~3위에 모두 중국산이 랭크됐다.
태극기 1장당 가격은 고작 100~200원이다.
반면 `국산'이라는 표시와 함께 판매되는 국내에서 제작된 태극기 가격은 중국산과 비교해 5배에서 많게는 20배가량 비싸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제조된 태극기가 중국산에 밀리는 황당한 일이 벌이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제작된 태극기 제품의 상당수가 조악하다. 원단 재질이 떨어지는 데다 태극기 깃대가 쉽게 휘어질 정도로 약하다.
규격도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기법이 정한 `무궁화 봉오리 모양 깃봉'이나 `건곤감리' 4괘의 규격·색상이 기준도 없이 제작돼 유통되고 있다.
괘의 개수나 비율이 잘못 인쇄되거나 청홍의 기울기 각도 다르게 제작돼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광복회 충북지부 관계자는 “태극기는 단순히 가격만 비교할 게 아니라 4괘의 위치나 태극문양의 방향, 국기법 규격, 원산지 등 꼼꼼히 살펴 국가의 상징성을 담아낸 태극기를 구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이른바 국산 태극기가 외면받으면서 국내 태극기 제작업계의 생태계도 급격히 위축됐다.
실제 충북도내의 경우 태극기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가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내에서 태극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판촉물이나 인쇄소 등에서 다른 제품과 함께 소량 취급하는 형태로 연명하고 있다.
그나마도 대구와 부산 등 외지의 태극기 제작공장에서 도매가로 주문 공급받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자유총연맹 김태인 청주시위원회 협의회장은 “태극기가 마치 농산물이나 공산품처럼 국산, 중국산으로 불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의 각종 행사에서 중국산 태극기가 사용된다는 것에 자존감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중국산이라는 상징적∙정서적 거부감 속에 김 회장은 해마다 주변에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하지만 매년 읍·면·동에 1800개씩 전달하던 나눔용 태극기 물량을 올해는 1300개로 크게 줄였다.
태극기를 필요로 하는 수요와 관심이 몸으로 느낄 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태극기는 1년에 6~7번 국경일 외에는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훼손되는 일이 적어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설령 태극기가 없거나 훼손됐다 한들 새로 구매하거나 받아가려는 주민조차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류윤걸 광복회 충북지부장은 “태극기가 시장 논리에 밀려 저가 상품 취급을 받거나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단순한 일회성을 넘어 태극기가 지닌 역사적 무게와 광복의 의미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도록 지자체와 연계한 지속적인 교육과 게양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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