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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탐색전 마친 빅테크…빅파마와 신약 개발 팩토리 구축한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업계와의 협업을 위한 탐색전을 마치고 빅파마와 신약 개발을 위한 AI팩토리 구축에 돌입했다. 오픈 AI와 구글, 엔비디아 등이 빅파마와 손잡고 신약 설계부터...

탐색전 마친 빅테크…빅파마와 신약 개발 팩토리 구축한다

[신약도 AI 빅뱅]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제약·바이오 업계와의 협업을 위한 탐색전을 마치고 빅파마와 신약 개발을 위한 AI팩토리 구축에 돌입했다. 오픈 AI와 구글, 엔비디아 등이 빅파마와 손잡고 신약 설계부터 임상까지의 신약 개발 전 과정에 대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비만약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신약 개발부터 제조, 상업화에 이르는 사업 전반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해 노보노디스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산업 전반을 재편 중인 AI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또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를 이사로 임명했다. 이는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신약 임상 연구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는 ‘생명과학을 위한 클로드’를 출시했고, 이달 3일에는 AI 신약 개발 기업 코이피션트바이오를 4억 달러(약 60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올 1월 일라이 릴리와 최대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을 확정했다.엔비디아의 슈퍼 컴퓨터 연산 능력과 릴리의 신약 관련 데이터를 결합해 신약 설계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사실상 신약 개발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달에 AI 신약 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과 27억 5000만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라이선스 및 연구 계약을 체결해 제약 바이오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해 말 미국 정부와 의료 및 에너지 등의 핵심 분야에서 차세대 컴퓨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500억 달러(6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시뮬레이션과 AI 모델링을 결합해 신약 후보 물질 분석을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미 정부 연구소와 제약사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 맷 가먼(Matt Garman) 대표이사는 투자 내용과 관련, “신약 개발과 헬스케어 연구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생물학의 기초 문제를 AI로 해결을 시도하면서 신약 개발의 탐색전을 벌여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능력을 앞세워 빅파마와 백신 설계와 암 치료제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등 빅뱅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파마 R&D 심장 파고든 빅테크…타깃 발굴 넘어 임상 설계까지 신약개발 전주기 장악

그래픽

빅파마들이 경쟁적으로 빅테크와 손을 잡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 전 과정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타깃 발굴이나 후보물질 탐색 등 초기 단계에 제한적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임상 설계와 환자군 정의, 실패 확률 관리, 후보물질 우선순위 설정 등 후기 영역까지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로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에 진입하며 상용화 가능성까지 입증되면서,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닌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로슈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공장’을 출범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2176개를 추가 확보하며 총 3500개 이상의 GPU를 운영하게 됐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제약업계 하이브리드 AI 인프라 중 최대 규모다. 복잡한 세포를 분석하고 특정 표적에 결합하는 새로운 분자를 찾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GPU를 활용한 대규모 연산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투자다. 이 인프라는 단순 IT 설비를 넘어 R&D부터 제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와파 마밀리 로슈 최고디지털책임자(CDTO)는 “AI 공장은 컴퓨팅 파워와 로슈의 과학 역량을 결합해 개발, 제조, 상업화까지 전 가치사슬에 AI를 내재화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 역시 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는 올해 1월 엔비디아와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AI 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월에는 1000개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 ‘릴리팟’을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인실리코 메디슨과 총 27억 달러 규모의 경구용 신약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AI 신약개발 분야 최대 규모 딜이다.

빅파마와 빅테크 간 협력은 과거 단순 기술 도입 수준을 넘어 공동개발과 지분 투자로까지 확대되며 진화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닌 R&D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개발 과정에 AI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판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따르면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개발 기간은 평균 40~60% 단축되고, 비용은 최대 70%까지 절감될 수 있다.

가시화되는 AI 신약개발 성과는 이러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로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 후보물질 ‘렌토서티브’을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며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해 단 46일 만에 후보물질을 도출했고, 타깃 발굴부터 임상 1상 완료까지 전 과정을 30개월 내에 진행하며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 이 물질은 임상 2a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AI가 전 과정을 주도한 첫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알파벳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 역시 자체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공개하고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파마들의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단일 파트너에 의존하던 협력 구조에서 벗어나, 기능별로 최적의 파트너를 결합하는 멀티 파트너 전략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사노피가 대표적이다. 사노피는 데이터·클라우드 분야에서는 구글,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오픈AI와 포메이션 바이오(Formation Bio)와 협력해 신약개발 전 주기에 적용 가능한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설계 단계에서는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 바이오맵(BioMap) 등 AI 기반 타깃 발굴·분자 설계 특화 기업과 손잡으며 파트너십을 세분화하고 있다.

임상 단계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환자 모집은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전체 시험 지연의 약 80%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미국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는 AI 플랫폼을 통해 암 임상시험 적격 환자를 기존보다 50% 빠르게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임상 종료 시점 단축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제조 영역에서도 디지털 트윈을 중심으로 A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생산 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하고, 최적의 공정 조건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생산 전 공정을 AI 기반으로 연계해 공정 변동성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원료 생산 공정에 이를 도입해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90% 단축했으며, 로슈는 수율과 품질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역시 공정 최적화와 리스크 대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AI 기반 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 수율을 약 15%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물학 지식 갖춘 엔지니어를 찾아라…빅파마의 하이브리드형 인재영입 전쟁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하이브리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딩 능력에 더해 생물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모델에 반영할 수 있는 인재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채용 전략과 조직 구조까지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채용 공고를 통해 AI 모델 개발 역량과 생물학적 지식을 동시에 요구하는 직군을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질병 기전 이해와 약물 설계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인재 확보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스태프 엔지니어(Agentic AI)’ 등 신규 직군을 신설하고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해당 직무는 단순 알고리즘 개발을 넘어 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 설계를 제안하는 ‘자율형 AI’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기존 연구자가 데이터를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연구 과정 자체에 개입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바티스 역시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 채용을 확대하며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공고된 ‘시니어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가’는 AI 모델 개발 역량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직군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유전자 무결성 검증과 암 유발 가능성 분석 등을 AI 기반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수학·물리·분자생물학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처럼 빅파마들은 단순히 AI 조직을 신설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한은아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빅파마 역시 AI 활용 확대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며 “테크와 제약 간 인력 이동에 대한 경계가 낮아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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