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93% ‘클라우드 재이전’ 검토… 성능·보안·비용이 발목
-AI 경쟁의 본질은 인프라… 멀티 하이브리드·자동화가 생존 조건
사진=델
클라우드로의 이동은 지난 10년간 ‘정답’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의 선택은 다시 갈라지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올려둔 시스템을 다시 내부로 가져오는 ‘클라우드 송환(cloud repatriation)’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용과 보안, 성능 문제까지 겹치면서 ‘무조건 클라우드’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30일 I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93%가 어떤 형태로든 클라우드 송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라 IT 전략의 방향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기업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 데이터 보안 및 규제 준수 부담,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를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통제권’이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빠른 확장과 초기 비용 절감에는 유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 구조가 복잡해지고 데이터 주권 문제가 불거진다. 특히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의 위치와 처리 방식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는 “핵심 데이터는 특정 지역 내에서 관리돼야 하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온프레미스와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많은 기업들이 초기에는 ‘리프트 앤 시프트(lift & shift)’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클라우드로 옮겼지만,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용과 복잡성은 오히려 증가했고, 재이전은 더 어려워졌다. IDC는 이 같은 접근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낮다고 지적하며, 애플리케이션 자체를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흐름 속에서 떠오른 해법이 멀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다. 단일 환경이 아니라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목적에 따라 조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비용과 성능, 보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특정 공급업체에 종속되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의 46%가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지만, 동시에 벤더 종속과 비용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AI는 이 변화를 더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GPU 기반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 집약적 워크로드, 보안 요구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기존 인프라로는 대응이 어렵다. 보고서는 “AI 인프라는 단순한 서버 확장이 아니라 컴퓨팅·스토리지·네트워크가 통합된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AI 구조가 이동하면서, 고가의 GPU와 범용 CPU를 혼합 운영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 부채’다. 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 유지 비용 증가와 비효율 구조에 묶여 있으며, 인프라 전략이 비즈니스 전략과 분리된 상태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디지털 인프라 비용 초과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 부채’와 ‘기존 시스템 유지 비용’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선택은 단순하다. 클라우드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통제하고 재구성하느냐다. 자동화, 개방형 아키텍처, 벤더 중립 전략, 그리고 AI 대응 인프라가 결합되지 않으면 어떤 환경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IDC의 결론이다.
델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현대화는 단순한 인프라 전환이 아니라 기업이 복잡한 환경을 통제하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이라며 “기업들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유연한 구조를 통해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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