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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쿠팡·통신사도 뚫린다…'신뢰'가 해커 무기 됐다"

사진=손지하 기자 ◇北 라자루스, 이제 AI로 얼굴까지 바꾼다=한국 입장에서 더 심각한 변수는 북한이다. 보고서는 북한 연계 해킹 그룹 라자루스(Lazarus)를 주요 위협 행위자로 분석했다. 라자루스는 최근 AI 기반 기술을...

"쿠팡·통신사도 뚫린다…'신뢰'가 해커 무기 됐다"

"파트너사가 해킹 통로…공급망 공격, 한국 겨냥"

하나 뚫리면 대거 털려…北 라자루스도 AI로 진화

그룹아이비 '2026 하이테크 범죄 동향' 발표

아나스타샤 티오노바 그룹아이비 분석 책임자가 13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사이버 위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지하 기자사진=손지하 기자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사이버 공격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정 기업 하나를 직접 뚫는 대신 그 기업이 매일 쓰는 소프트웨어·협력사·클라우드 서비스를 먼저 침해한다. 한 곳만 뚫으면 연결된 수백 개 기업이 동시에 노출되는 구조다. 이른바 '공급망 공격'이 글로벌 사이버 위협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 그룹아이비(Group-IB)는 13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이테크 범죄 동향 보고서 2026'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공급망 공격이 2025년을 기점으로 양적·질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 공격의 핵심 표적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내 회사 소프트웨어가 이미 감염돼 있을 수 있다"

=공급망 공격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규모와 정교함이 달라졌다.

공격자들은 이제 기업이 매일 쓰는 npm·PyPI 같은 오픈소스 패키지에 악성코드를 심는다. 개발자가 정상 라이브러리를 내려받는 순간 감염된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공식 마켓에 올라온 것처럼 보이는 확장 프로그램이 로그인 정보와 금융 데이터를 빼간다.

아나스타샤 티오노바 그룹아이비 분석 책임자는 "신뢰받는 소프트웨어가 무기로 바뀐다"며 "한 번의 침해가 연결된 전체 생태계를 흔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에 특히 위험한 지점은 SaaS와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다중인증(MFA)도 뚫린다. 공격자들은 OAuth 인증 절차를 교묘하게 노려 MFA를 우회하고 클라우드 환경 깊숙이 침투한다. 겉으로는 정상 사용자와 구별이 어려워 탐지 자체가 늦어진다.

◇커머스·통신사…한국이 타깃인 이유

=그룹아이비는 이날 커머스와 통신사 업종을 명시적으로 위험 군으로 지목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금융권 다음으로 쿠팡 등 커머스 업계가 피싱 공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명확히 했다. 대규모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커머스 플랫폼이 공급망 공격의 핵심 목표라는 얘기다.

통신사도 다르지 않다. 그룹아이비는 현재 한국 통신사들과 스팸·피싱 인프라 차단을 위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수천만 명이 쓰는 통신망이 공격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는 단순 해킹과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굵직한 사이버 침해 사고를 겪었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KT 무단 소액결제 피해, LG유플러스 고객 데이터 유출, 쿠팡이츠 개인정보 침해 의혹 등이 줄이었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직접 침해인지, 연결된 서드파티를 통한 침해인지 초기에 파악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김기태 그룹아이비 한국지사장이 13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룹아이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손지하 기자

◇北 라자루스, 이제 AI로 얼굴까지 바꾼다

=한국 입장에서 더 심각한 변수는 북한이다.

보고서는 북한 연계 해킹 그룹 라자루스(Lazarus)를 주요 위협 행위자로 분석했다. 라자루스는 최근 AI 기반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보이스 스와핑 기술로 신원을 사칭해 화상 면접을 통과하고, 기업 내부에 침투원을 심는 방식까지 쓴다. 싱가포르에서 실제 이런 방식의 사기 사례가 보고됐다.

한국은 라자루스의 최우선 공격 대상 중 하나다. 암호화폐 탈취, 방산·IT 기업 해킹, 금융기관 침투 등 라자루스의 작전은 한국을 지속적으로 겨냥해왔다. AI로 무장한 라자루스는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탐지하기 어렵다.

◇"CEO 구속될 수 있다"…법은 바뀌었는데 기업은?

=국내 규제 환경도 변곡점을 맞았다.

김기태 그룹아이비 한국 지사장은 "최근 통과된 디지털 보안 관련 법안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성격이 유사하다"며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CEO나 오너가 직접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처벌의 무게중심이 기업에서 경영자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의 보안 대응 수준은 위협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보안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위협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회사에 실제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걸러내기가 어렵다.

그룹아이비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단순한 보안 솔루션이 아니라 공격자가 다음에 어디를 노릴지 AI로 예측하는 '예측 인텔리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인터폴·유럽폴 등 90개 이상 사법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실제 범죄자를 추적하고 체포까지 연결한다는 점도 기존 보안 업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디지털 범죄대응센터' 설치 예고

=그룹아이비는 1~2년 내 한국에 디지털 범죄대응센터(DCRC)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서 운영 중인 이 센터는 지역별 위협 인텔리전스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회사 측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국내 기관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보안 시장은 국내 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외산 보안 솔루션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드미트리 볼코프 그룹아이비 CEO는 "이제 기업들은 자사 시스템만 지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연결된 공급망, 외부 서비스, 계정 신원까지 신뢰 구조 전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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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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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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