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봉법 한달… 쏟아지는 청구서
교섭단위 분리 등 오늘만 11곳
내일은 중흥건설 · 토건 등 2곳
하청노조 사실상 ‘전승’ 거두자
경영계 쪼개기교섭 우려 현실화
일부기업 중앙노동위 재심 검토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한 달 만인 9일 가장 많은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및 교섭단위 분리 판단이 쏟아져 나온다. 원청 10곳에 대한 판단이 나온 현재까지 하청노조들은 사실상 ‘전승’을 거두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하청노조와의 ‘쪼개기 교섭’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전국 지방노동위원회는 11개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및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한다. 서울노동위는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쿠팡CLS 사건의 교섭단위 분리를 다루고, 울산노동위는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 사건에 대한 분리 신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경북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 충남에서는 동희오토의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0일에는 전남에서 중흥토건·중흥건설 사건이 예정돼 있다.
경북노동위는 8일 포스코 하청노조들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를 인용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민간 대기업에서 나온 첫 분리 결정으로, 상급노조가 다른 경우 교섭단위를 나눌 수 있다는 기준을 노동위가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인천노동위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내 시설·장비 운영과 산업안전 관리에서 하청노동자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동시에 하청노조를 한국노총·민주노총·기타로 구분해 3개 교섭단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수백 개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하게 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포스코 사례가 일종의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근거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하는 하청노조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힘이 센 원청 노조와의 교섭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하청노조의 힘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며 “교섭 창구가 분산되면 그만큼 협상해야 할 대상이 많아지고 협상 기간도 길어져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원·하청 구조로 얽혀 있는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폭탄·중동전쟁 여파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와중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경영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들은 지방노동위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하고,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까지 이어지면 확정 판결까지 최소 1~2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금까지 나온 노동위 판단에서는 안전관리, 인력배치 등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개입이 확인될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인정 범위가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노동위는 일부 교섭 의제는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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