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mini
상장 한 달을 맞은 케이뱅크가 주가 부진과 함께 시장의 냉정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공모가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대규모 오버행 우려와 성장성 둔화 논란도 겹쳤다. 인터넷은행 자체의 성장성을 두고 의문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케이뱅크 주가는 5950원을 기록했다. 상장일 종가 8330원 대비 약 30% 하락한 수치다. 지난 3일에는 5880원까지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상장 이후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전날 기준 시가총액은 2조4139억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2배로 사실상 전통 금융지주와 유사한 수준의 PBR을 기록했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프리미엄이 소멸됐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전통 은행업 특성상 구조적인 저PBR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이와 비슷한 PBR까지 내려갔다는 건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이 같은 주가 추이가 단순히 수급 요인과 시장 상황에 따른 결과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은행 자체의 가치 하락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의 주가 부진은 산업 전반의 성장성을 두고 시장 기대가 낮아진 실정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인터넷은행은 과거 플랫폼 금융 확장성을 기반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규제 부담과 제한적인 사업 구조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비이자 수익 확대나 차별화된 서비스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점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에 적용되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는 케이뱅크 주가에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인뱅 3사 중 유일하게 순익 뒷걸음질…성장세 꺾여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케이뱅크는 유일하게 순익이 하락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1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다.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인상되면서 이자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업비트의 이용료율이 0.1%에서 2.1%로 인상됐다.
케이뱅크는 수익 구조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제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불안 요소로 지목됐다. 여기에 업비트 비용 증가가 발생하면서 이익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핵심 수익원이 약화될 경우 이를 대체할 사업 기반이 충분한지에 의문도 제기한다. 주주 환원 여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호예수 이후 오버행 우려도…수급 부담 불가피
시장의 매물 출회 역시 주가를 짓누른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은 보유 지분 중 753만6442주를 상장 당일 매도해 약 658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남아 있는 3739만4971주(지분율 약 9.22%)는 보호예수로 묶여 있으나 해제 이후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재무적 투자자인 베인캐피탈도 같은 날 95만3786주를 처분해 약 87억원을 회수했다.
상장 이전부터 차익 실현 움직임은 이어졌다.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등 주요 FI(재무적 투자자)들은 총 3000만주의 구주매출로 주당 약 9300원 수준에서 일부 지분을 정리했다. 과거 6500원에 취득한 물량을 매각해 일정 수익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대기 물량이 변수로 지목된다. 추가 매각 가능 물량은 약 8000만주에 달한다. 보호예수 해제 일정도 이미 예고돼 있다. 6월에는 재무적 투자자 물량 절반이, 9월에는 나머지 절반과 우리은행 지분이 풀릴 수 있다. 두 시기에 걸쳐 최대 1억1900만주, 전체 발행주식의 약 29.3%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의 7배를 웃도는 규모다. 수급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인터넷은행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현재 케이뱅크는 업비트 이외에 뚜렷한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어렵게 상장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성적"이라며 "우리사주 매도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향후 주가 방어가 더 만만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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