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기 메모리인 HBM4E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샘플 출하 계획을 세웠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과 동시에 HBM4E 샘플 출하 계획·양산 일정 스케치가 그려지며 SK하이닉스는 2년 연속 HBM 왕좌 수성에 도전한다.
23일 SK하이닉스 김기태 HBM 세일즈·마케팅 담당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HBM4E는 내부적으로 하반기 샘플 공급을 준비 중이고 2027년 양산 목표를 세웠다”며 “HBM4E 베이스 다이는 고객사 요구 성능에 대응하는 최적의 기술로 개발 중이고 코어 다이는 높아진 성능 요구 대응을 위해 1c 나노 D램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c 나노 D램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가 이미 2025년 말 양산을 시작해 수율, 양산 능력도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안정적 성능과 물량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HBM4·HBM4E ‘통합 경쟁력’ 강조
SK하이닉스 HBM4 16단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 사진=SK하이닉스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영업이익률 72%), 순이익 40조3459억원(순이익률 77%)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이자 최고 매출이다. D램 등 메모리 사이클이 최고조임을 방증했다.
SK하이닉스가 중점을 뒀던 순현금 비중은 12조원에서 1분기 만에 약 35조원으로 대폭 상승했고, EBITDA는 41.34조원을 기록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현재 AI는 대형 모델 학습 중심 단계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 에이전틱 AI 단계로 빠르게 진화 중”이라며 “AI 에이전트가 각 단계에서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이 증가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을 중심으로 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뿐만 아니라, 서버용 D램 모듈과 엔터프라이즈 SSD 시스템 전반에서 요구되는 메모리 총량이 확대되며 D램과 낸드 모두에서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AI 워크로드도 질문에 답변을 하는 단순 형태에서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검증하며 최적의 결과물을 찾을 때까지 반복하는 형태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 발표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HBM4E 샘플 출하 일정도 공식 언급됐다. 가장 큰 HBM 경쟁사인 삼성전자 DS가 하반기 HBM4E 샘플 출하를 명시했던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4E에 대해서는 스케줄이 불분명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HBM인 HBM3E와 HBM4 양산에 집중하되 AI 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차세대 HBM과 일반 D램 개발, 배분 양산도 적절히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담당은 “HBM은 고객 관점에서 스피드와 전력 등과 같은 성능뿐만 아니라 품질, 수율, 공급 안정성을 포함한 통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된다”며 “HBM4, HBM4E 등 차세대 제품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SK하이닉스에 요청하는 수요는 이미 공급 CAPA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을 위해 기존 RDIMM 대비 2배 이상 대역폭과 75% 이상 에너지 효율을 실현하는 1c 나노 LPDDR5X 기반 192GB SOCAMM2 제품을 본격 양산해 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라며 “KV 캐시 오프로딩을 위해 CXL 3.0을 지원하는 2세대 제품에서 향상된 용량과 성능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램 가격은 향후에도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HBM, 서버 D램, eSSD 수요는 늘어나나 공급사들은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도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는 일시적 수급 부족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적 변화라며 공급사들은 증산 여력 확보를 위해 신규 팹 건설과 인프라 투자 증설을 하고 있으나 신규 CAPA 확보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321단 QLC 낸드’ 기반 cSSD 공급 개시. 사진=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1분기 기준 낸드는 단품 판매 축소로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10% 줄었으나 ASP는 70% 상승했다. 이어 2분기는 출하량이 10%대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송창석 낸드 마케팅 담당은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KV 캐시라고 불리는 중간 데이터 처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수용하기 위해 고객들이 고성능, 고용량 eSSD를 대거 도입하는 상태”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세계 최초 321단 QLC를 개발하고 고객 인증을 완료했고, 궁극적으로는 KV 캐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에 선제 대처할 수 있도록 제품 믹스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송 담당은 “비트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국내 생산량의 50% 이상을 176단에서 321단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2단계 전환은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321단 QLC는 업계 최초 300단을 돌파한 낸드플래시다. 지난 2023년 321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샘플을 전시한 뒤 2024년 양산에 들어간 제품으로 생산성은 이전 세대 대비 59% 향상시키고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 12% 향상 ▲읽기 성능 13% 향상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 10% 향상 등을 이뤄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E 디스커버 2025’에서 선보인 기업용 eSSD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차세대 제품에 대해서도 송 담당은 “낸드와 관련해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고성능, 고대역폭, 고용량 스토리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준비 중”이라며 “HBF(High Bandwidth Flash)는 지난 2월 스펙 표준화를 위해 컨소시엄을 킥오프하는 등 글로벌 표준화와 제품화를 통해 신규 시장을 주도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HBF는 낸드를 HBM처럼 TSV로 수직 적층한 칩이다. SK하이닉스는 HBF를 ‘AIN B’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지난해 8월 미국 샌디스크와 HBF 사양 표준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2월에는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HBF 스펙 표준화 컨소시엄 킥오프 행사를 열고 HBF 표준화, 제품화 공동 추진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올해 하반기에 HBF 시제품을 출시하고 내년 초 HBF가 탑재된 최초의 AI 추론 장치 샘플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늘어난 현금, 곧 바로 CAPEX 확대… M15X·용인 Y1 팹·EUV 확보로 공급 대응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팹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가이던스 등을 통해 공언한 대로 CAPEX(케펙스)를 M15X 램프업과 용인 클러스터 중심의 인프라 준비, EUV 등 핵심 장비 확보에 투자한다. 전날 P&T7 19조원 투자와 더불어 건설 중인 자산 현황이 대폭 늘어난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상회하는 AI 시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김 CFO는 “Y1 팹(용인 클러스터 페이즈 1 팹)은 D램 중장기 수요를 위해 오픈 시점을 2027년 2월로 단축했다”며 “페이즈 1은 D램을 생산할 계획이고 페이즈 2에서 6까지 생산될 제품과 전개될 테크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정해진 용인 이외에 추가 팹 건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HBM4.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일각에서 시도되는 메모리 효율화에 대해선 오히려 반기는 모습도 보였다. 김 담당은 “기술적 진보들이 AI 생태계 저변을 넓혀서 궁극적으로 메모리 전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S램을 사용하는 LPU가 메모리 대체제로 언급되나 물리적인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빠른 응답이 필요한 영역은 LPU, 복잡하고 방대한 연산은 HBM의 HPU가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KV 캐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소개되고 있지만 기술의 핵심은 메모리를 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메모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더욱 다양한 형태의 AI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결과적으로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길어지고 있는 중동 사태에 헬륨, 브롬, 텅스텐, LNG 등 원자재 보급 등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는 이미 공급업체 다변화를 통해 재고를 확보했고, LNG의 경우 장기 계약을 통해 가격 변동 폭이 적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반도체 원자재 수급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다.
2분기와 시장 전망에 대해 김 CFO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으로 D램은 PC와 모바일 수요에 대응해 1분기 QoQ 대비 한 자릿수 % 증가할 것이고 낸드는 10% 이상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PC, 모바일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세트 출하량 조정,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으나 서버향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를 상쇄하며 전체 시장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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