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여는 창
김지현 교육학 박사
최근 한국에서 연예인 못지않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NVIDIA의 CEO 젠슨 황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패 없이 성공할 순 없으며 위대한 인재는 지능이 아니라 고통을 소화해 내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실패와 고통은 인간의 정신을 가장 빠르게 갉아먹는 독소다.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깨졌을 때, 우리 내면의 약한 자아는 비난과 수치심에 휩싸여 “난 안 되나 봐“라며 자책하거나 현실을 왜곡하고 도망쳐 버린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자아와 실패를 철저히 분리하여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를 절망의 한복판에서 보란 듯이 다시 도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실패를 경험한 후에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로 되돌아오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더 성장하는 정신적 저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은 극심한 좌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자아 강도(Ego Strength)’와 눈앞의 달콤한 보상이나 포기의 유혹을 유예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지연된 만족(Delayed Gratification)’이 결합할 때 극대화된다.
e스포츠 선수인 페이커(이상혁)는 최정상의 자리에서 잔혹한 슬럼프와 팀의 부진, 손목 부상이라는 시련을 맛보았다. 악플러들의 비난과 냉소 속에서도 그가 “외부의 비난이나 평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뿐”이라며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자아 강도(강인함)가 있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역시 시장의 외면과 주가 폭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비난을 견뎌내고 직접 발로 뛰며 파산 위기의 엔비디아를 지켜냈다. 만약 젠슨 황과 그의 조직 구성원들의 자아 강도가 유약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아 강도라는 단단한 뼈대 위에서 회복탄력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엔진은 ‘지연된 만족‘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을 때, 혹은 미래가 불투명할 때 사람들은 당장 돈이 되는 쉬운 길을 찾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싶은 유혹(즉각적 만족)에 직면한다. 포기라는 달콤한 마시멜로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커는 안락함이나 은퇴 대신 다시 정상에 서겠다는 장기적 가치를 선택했다. 끊임없는 피드백과 하루 10시간이 넘는 혹독한 훈련을 감내한 끝에, 데뷔 10주년이 넘은 나이에 다시 한번 롤드컵 우승을 탈환하며 불멸의 전설이 되었다. 젠슨 황이 방송에서 강조한 인재상 역시 이 지연된 만족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는 우수한 스펙 대신 수년간의 적자와 고통을 기꺼이 유예할 줄 아는 인재들을 데리고 세상을 바꿨다.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회복력을 가질 수 있으며, 그 회복력이야말로 위대한 인재,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진짜 역량임을 간파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페이커의 모니터 앞이나 젠슨 황의 회의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매일 인생이라는 전장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취업 실패, 프로젝트 무산, 자산의 손실 등 예상치 못한 좌절이 찾아올 때, 우리는 너무 쉽게 스마트폰 속 가상 세계로 숨어버리거나 쇼핑, 폭식 등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진통제에 탐닉하곤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진통제는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진정한 회복은 거듭되는 시련 앞에서도 마음을 다잡는 자아 강도에서 시작되어 오늘의 고단함을 기꺼이 감내하는 지연된 만족의 연장선에서 완성된다.
젠슨 황의 말처럼, 진정으로 강력한 인간은 고통이 없는 삶을 산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다루는 법을 배운 사람이다. 지금 당신의 인생에 어떤 슬럼프와 고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가? 두려움에 압도되어 게임을 포기하고 물러서는 대신 단단한 자아의 방패를 들고, 미래의 보상이라는 나침반을 향해 ‘지연된 만족‘의 한 걸음을 더 내딛자. 그 끈질긴 인내와 유예 끝에, 나의 인생을 환하게 밝혀줄 가장 눈부신 승리의 순간이 마침내 찾아올 것이다.
김지현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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