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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럼] 퇴직 경영자 지식 창업, 과거를 현재 자산으로 리브랜딩부터

초기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관리해 주는 멘토처럼 철저하게 타깃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청년 스타트업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의 퇴직은 내 이름 석 자로 온전히...

[칼럼] 퇴직 경영자 지식 창업, 과거를 현재 자산으로 리브랜딩부터

사진 = 스몰비지니스벤처연구원 홍재기 박사

[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고, 조직의 수명은 짧아졌다.

수십 년간 한 분야에서 뼈를 묻으며 기업의 성장과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이 썰물처럼 조직을 빠져나온다.

대기업 임원, 고위 공직자, 전문 경영인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시대를 호령하던 이들이 퇴직 후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많은 이메일과 결재 서류, 나를 따르던 부하 직원들로 가득했던 집무실의 일상이 단 한 장의 사령장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함이 사라진 시대’의 도래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액티브 시니어(5060 세대) 리더들이 퇴직 직후 깊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본다. 조직의 이름과 직책이 곧 자신이자 삶의 전부였던 이들에게 명함의 상실은 존재 기반의 상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급변하는 시장은 더 이상 누군가의 과거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과거의 훈장은 효력을 잃은 '보증서‘와 같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때가 아니다. 과감한 리브랜딩을 통해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온실에서 벗어난 시니어가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일은 ‘대기업 병’과의 철저한 결별이다.

대기업이나 거대 조직의 부족함 없는 근무 환경, 부서원들이 알아서 채워주던 기획서와 데이터 분석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홀로 야생에 던져진 상태에서,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디커플링, 즉 조직과의 정신적 분리와 객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른바 새로운 시장 진입을 위한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이 결별의 단계를 단단하게 거쳤다면, 그다음은 내가 가진 경험의 축적물을 시장이 원하는 ‘상품’으로 재정의하는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

20~30년간 치열한 현장에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 마케팅 전략, 기술적 전문성은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재료다. 하지만 검증된 노하우를 고객 가치 제안으로 솔루션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거 조직 내에서 ‘○○그룹 상무, ○○공단 국장’으로 통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스케일업을 돕는 컨설턴트나 초기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관리해 주는 멘토처럼 철저하게 타깃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브랜드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1인 지식 창업을 준비한다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BM)을 설계하여 시장과 거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챗GPT나 다양한 생성형 AI 같은 최신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루는 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거에는 아이디어가 좋아도 제안서를 만들고, 사업 계획서를 채워 넣는 실무적 업무를 주로 부하 직원들이 처리했기에 퇴직 후 이 실무적 허들에 걸려 넘어지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판이 바뀌었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1인 디지털 비서’를 통해 통찰력과 경험을 순식간에 지식 상품으로 시각화하고 텍스트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나이와 기술적 장벽을 핑계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평생 현역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영토를 스스로 좁히는 길일 뿐이다. 오히려 디지털 도구가 결합할 때 그 파괴력은 배가 된다.

은퇴 경영자들이 지식 창업가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홀로서기 위해, 우리 사회와 시니어 리더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는 시니어 스스로의 ‘철저한 마인드셋 전환’이다.

현직에서 대접받던 리더의 자리에서 과감히 내려와, 지금 당장 시장의 냉정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새내기 창업자’의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과거의 지위는 내려놓고 내가 가진 경험을 세상에 어떻게 나누고 공유하여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집중할 때, 비로소 원하는 시장은 내편이 된다.

둘째는 이들의 고귀한 경험을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니어 엑시트(Exit) 및 지식 공유 생태계’의 제도적 고도화다.

고경력 시니어들의 지혜와 암묵지를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자 낭비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받는 소상공인,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청년 스타트업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의 퇴직은 내 이름 석 자로 온전히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진짜 인생 2막의 시작이다. 화려했던 대기업의 명함은 이제 서랍 속에 깊이 묻어두자. 그리고 당신이 밤낮으로 치열하게 살아내며 얻은 고귀한 경험과 노하우를 세상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현재의 지식 자산’으로 당당하게 리브랜딩하라.

우리가 꿈꾸는 평생 현역의 길은 바로 그 과감한 전환의 시작점에서 열린다.

(글 = 홍재기 / 경영학 박사, (사)시니어벤처협회 명예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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