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칼럼] 인구절벽의 시대, 희망이 보인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70~80년대, 정부에서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운 산아제한 구호들이다. 이때는 세 자녀 이상의 가정에서는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며 국가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으로 여겨져 주변의 차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칼럼] 인구절벽의 시대, 희망이 보인다

타임즈포럼

김우배 시인

“딸 아들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70~80년대, 정부에서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운 산아제한 구호들이다. 이때는 세 자녀 이상의 가정에서는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며 국가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으로 여겨져 주변의 차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분위기는 정반대로 반전되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생겨났고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티브 예능 프로에서 자주 보게 되는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분야에 잘 알려진 사람들의 비혼 추세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 본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단지 정부 정책의 실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시대에 적응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 변화가 함께 초래한 결과다. 한때‘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취업은 어렵고, 집값은 오르고,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집 마련과 결혼은 멀게만 느껴졌다. 결혼은 사치가 되었고, 아이를 낳는 일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선택처럼 여겨졌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렇게 우리 앞에 드리워진 것이 바로‘인구절벽’이었다. 출생아 수는 해마다 줄

었고 합계출산율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에는 0.72명까지 추락한 숫자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통계에서 뜻밖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혼인건수가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출생아수는 2025년 25만 4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했으며 합계출산율 역시 2024년도 0.75명에서 0.80명으로 올라섰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저출산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이고,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 작은 반등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결혼의향 조사결과다. 결혼 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67.4%로 2년 전보다 6.4% 상승했다. 출산의향 역시 40.7%로 높아졌다. 어쩌면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출산을 독려하는 구호가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릴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인구절벽의 끝에 서 있는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면, 그 시간은 젊은 세대들에게“아이를 낳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고 믿게 만드는 시간이어야 한다.

조사 결과의 수치가 희망이라 부르기에는 작은 숫자일지 모른다. 그러나 절망의 숫자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인구절벽의 시대, 어쩌면 희망은 거창한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한 쌍의 남녀가 손을 맞잡고 미래를 선택하는 순간, 그 희망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남녀가 끌고 가는 유모차에 천사의 웃음을 짓는 아이가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우배 시인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